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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떠나는 이민자들, 페루 국경서 발 동동…대선 앞두고 대거 역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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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12. 02. 14:35

칠레 대선 당선 유력 공화당 후보, 불법체류자 대대적 단속 공약
페루, 불법체류·치안불안 우려에 비상사태 선포 및 국경감시 강화
TOPSHOT-CHILE-PERU-MIGRATION <YONHAP NO-3246> (AFP)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칠레 아리카에서 북쪽으로 약 25㎞ 떨어진 카차유타 국경검문소 부근에서 페루 입국이 허용되지 않은 이민자들이 칠레로 돌아가고 있다./AFP 연합
칠레에 체류하던 베네수엘라·콜롬비아·에콰도르 등 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역이민을 목적으로 북쪽에 있는 페루를 통과하려다 국경에서 발이 묶여 인도적으로 길을 열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페루 매체 RPP는 1일(현지시간) 칠레서 국경을 넘지 못한 이민자들이 자비로 버스를 대절해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며 페루를 통과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이민자는 인터뷰에서 "페루를 거쳐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일 뿐 결코 페루에 눌러앉을 생각은 없다"며 "버스를 불러주면 우리가 돈을 내고 목적지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민자는 "어린이들도 있는데 30℃ 불볕더위 속에 노숙을 하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페루를 통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달 14일 실시되는 칠레 대선 결선에서 강성 우파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역이민을 결정하고 페루를 경유하기 위해 북부에 있는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당선되면 불법체류자를 모두 추방하겠다고 공약한 카스트 후보는 "(취임 전에) 자발적으로 칠레를 떠나면 가진 것을 모두 갖고 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돼 엄격하게 법을 적용받을 것"이라며 "체포와 구금, 추방의 절차를 밟고 지참한 것만 갖고 칠레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대적인 추방이 예고되자 칠레에서 짐을 싸는 불법체류자가 늘었고 페루와의 국경에 이민자들이 몰렸다.

이에 페루 정부는 국경 감시와 출입국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칠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부 타크나에 6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계엄에 준하는 조치로써 이를 통해 주거의 불가침, 통행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일부가 제한된다.

호세 헤리 페루 대통령은 "페루의 치안을 지금처럼 불안하게 만든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국경 감시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군에 철저한 국경 감시를 명령했다.

우고 데 셀라 페루 외교부 장관은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일 여건도 되지 않고 능력도 되지 않는다"며 불법체류를 막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경고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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