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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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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01. 13:45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탄생 480주년 맞아 사상 최대 규모 전시
친필 난중일기·장검 등 종가 유물 34점 첫 서울 공개
"꽃비에 젖었다" "하룻밤이 1년 같다"…전쟁 속 '인간' 이순신의 기록
이순신이 임진왜란 중 쓴 일기 '난중일기'<YONHAP NO-4156>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난중일기' 친필본 등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유리 진열장 안 낡은 종이 위로 수백 년 전 붓글씨가 또렷하다. "달빛은 낮과 같이 밝았다. 출렁이는 물빛은 하얀 비단 같았다." 1593년 8월 17일, 충무공 이순신이 한산도 바다를 바라보며 남긴 문장이다. 1597년 10월 14일자 일기에는 절규가 담겨 있다. "마음은 죽었고, 껍질만 남았구나"며 "하룻밤이 1년 같다"고 반복해 썼다. 막내아들 면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를 받은 날이었다.

이순신 탄생 48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은 '전쟁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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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국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의 백미는 충남 아산 이순신 종가에서 보관해온 유물들이다. 국보 '난중일기' 친필본을 비롯해 장검, 서간첩 등 20건 34점이 한꺼번에 서울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국내외 45개 기관에서 모은 유물을 더해 총 258건 369점을 선보인다. 이순신 관련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2023년 국보 지정 이후 박물관에 처음 공개되는 이순신의 장검 한 쌍이 눈길을 끈다. 칼날에는 그가 직접 지은 것으로 전하는 시구가 새겨져 있다.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두려워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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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는 이순신의 '기록'에 주목한다. 그는 임진왜란 7년간 매일 일기를 썼다. 전황과 전술뿐 아니라 일상과 감정까지 빼곡히 담았다.

1592년 2월 23일, 그는 봄비를 맞으며 "꽃비에 젖었다"고 표현했다. 1593년 6월 12일에는 "흰 머리카락 10여 가닥을 뽑았다"며 "희어지는 것을 어찌 꺼릴까. 다만 위로 늙으신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구나"라고 썼다. 1594년 6월 17일 일기에는 "어머님께서 평안하시다고 했다. 그러나 아들 면은 많이 아프다고 했다. 가슴이 지독히 탔다"고 반복해 적었다.

유새롬 학예연구사는 "난중일기 속 이순신은 완전무결한 영웅이 아니다"며 "가족을 그리워하고, 고뇌하며 밤을 지새우는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의 마음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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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도 많다. 일본 나베시마 가문이 소장한 '울산왜성전투도' 병풍이 국내 관람객 앞에 첫 선을 보인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정왜기공도병'의 재회다. 19세기 일본에서 그려진 이 병풍은 앞뒤 세트로 제작됐지만, 전반부는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에, 후반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로 보관돼 왔다. 이번 전시에서 약 9400km 떨어져 있던 두 병풍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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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왜기공도병(전반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철저한 대비, 그리고 승리'에서는 한산도대첩으로 이어지는 조선 수군의 전술을 소개한다. 2부 '시련과 좌절의 바다를 넘어'는 백의종군과 명량대첩의 서사를 다룬다. 명량대첩 전날인 1597년 9월 15일,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병법에서,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이 좁은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3부 '바다의 끝에서 나를 돌아본다'는 노량해전에서 생을 마감한 이순신의 시선으로 그의 삶을 되짚는다. 4부 '시대가 부른 이름'에서는 조선부터 현대까지 시대가 필요로 한 이순신의 모습을 추적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가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지지하는 응원의 기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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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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