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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당국 증시 ‘빚투’ 조장, 단기성과 집착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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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6. 00:01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송의주 기자
금융당국이 '빚투(빚내서 투자)'를 조장하는 식의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증시가 급락으로 요동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 증시는 5일 장 초반 급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며 '블랙 웬즈데이(검은 수요일)'를 연출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로 전날 2.37% 하락 마감했던 코스피는 이날 한때 전날보다 무려 6.16% 급락한 3867.81까지 밀렸다. 오후 들어 코스피는 낙폭을 줄이면서 4000선에 겨우 턱걸이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러한 급락세는 미국 증시에서 촉발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에 대한 투매 현상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복합된 결과다. 특히 AI 거품론이 다시 부상하면서 엔비디아 등 관련주가 급락했고, 이는 한국 증시의 전기·전자 업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 증시가 외풍에 크게 흔들린 것이다. 그동안 급등세를 이어온 국내 증시가 본격 조정장에 들어갔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빚투를 사실상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아 후폭풍이 우려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그동안 빚투를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며 "코스피 5000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빚투에 대해 과거의 경계 기조에서 돌연 벗어나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로 보는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옥죈 것과 대비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코스피 5000시대' 달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국내주가 수준이) 국제 비교로 보면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주식투자를 권장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경제정책 책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빚투 규모가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빚투의 척도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25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 9월의 25조6540억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빚투는 투자 심리 과열과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한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빚으로 투자한 개인들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등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도 최근 청년층과 50∼60대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는 빚투에 대해 무리한 차입투자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이번 블랙 웬즈데이는 우리 증시가 대내외 여건에 취약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속적인 잠재 성장률 하락, 외국기업보다 낮은 우리 기업들의 이익률, 높은 외국인 의존도 등 국내 증시의 복병은 도처에 깔려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근간을 이루는 펀더멘털을 튼튼히 하지 않고 단기성과에 급급해 빚투까지 사실상 조장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려 해서는 곤란하다. 이렇게 해서 상승한 주가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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