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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더프리마아트센터에서 열린 신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정재일은 "채점받는 초등학생의 마음으로 곡을 만들었다"며 첫 관현악곡 작업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정재일의 '인페르노'는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러브콜로 시작됐다. 작품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이 만들어가는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15분 길이의 작품은 총 4개 장으로 구성되며, 강력한 화음으로 거대한 지옥의 문이 열린 후 소용돌이와 함께 혼돈의 풍경이 펼쳐진다. 불협화음이 얽히며 비극적 절정에 도달한 뒤, 마지막에는 "지옥 한가운데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 지속시키라"는 해답에 이르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와 드라마 음악으로는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관현악곡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고 정재일은 고백했다. "기존 음악 작업과 가장 달랐던 것은 음악에서 모든 것을 시작해 음악으로 끝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곡을 만드는 동안 지옥 같은 절망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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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베덴 감독은 정재일의 신곡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정재일의 신곡은 아주 강렬하면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에 위안을 줄 음악"이라며 "어둡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 안에 탈출구도 존재한다. 공포가 있지만 분출도 있고 결국에는 평화로 귀결되는 곡"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기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하는 정재일의 작업 태도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저도 '과연 내가 잘하고 있나'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자기 음악을 성실하게 해내는 정재일의 곡은 많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페르노'는 한국 초연에 이어 다음 달 27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미국 투어 연주회에서 세계 무대에 데뷔한다. 멘델스존, 라흐마니노프 등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작품과 함께 연주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