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갈등 넘어 '새 먹거리' 선점 합심
"기술 시너지로 비용절감·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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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LG전자와 AI 데이터센터 에너지·냉각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 사업단장과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등 양사 주요 임원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국내외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통합 에너지 솔루션 파일럿을 진행하고, 기술 협력과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선다. 또한 양사 및 외부 사업장에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에너지 서비스(Energy-as-a-Service) 사업도 추진한다. 데이터센터 폐열 회수 및 활용 기술 개발도 협력 과제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칩 직접냉각(DTC) 기술 기반 냉각수 분배장치(CDU), 수·공랭 인버터 칠러, 냉각 제어 솔루션 공급과 엔지니어링 등 냉각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제공한다. SK이노베이션은 AI 기반 데이터센터 에너지 관리시스템(DCMS), 보조전원(ESS·연료전지) 설계, 전력 피크 저감 솔루션 등 전력 공급과 운영 최적화 역할을 맡는다.
양사는 공동 기술협력, 파일럿 실행, 상품화로 이어지는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전력 운영 솔루션을 활용해 공급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SK이노베이션은 LG전자의 냉각 기술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해 데이터센터 최적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은 "양사의 기술 시너지를 통해 냉각 솔루션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 절감까지 가능한 통합 솔루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 사업단장은 "검증된 턴키(Turn-key) 솔루션 제공자로 자리매김하며 AI 시대에 맞는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과거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간의 치열한 분쟁을 넘어선 전략적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그룹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특허 침해와 영업비밀 유출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며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AI 시대 도래와 함께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른 에너지 효율화와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SK와 LG 모두 각자의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단독 대응하기보다는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MOU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과거의 대립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데이터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이 될 것이란 기대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 등 기존 사업 침체를 극복하고자 AI 데이터센터향 신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BDC(Bridge Data Centres)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했다. LG전자 또한 전력 소비와 발열을 줄이는 고효율 HVAC(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솔루션을 고도화하며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