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등 정책변수에 매도 확산
대차거래 잔고 96조 급증 '예의주시'
"계절적 약세 등 상승 탄력 둔화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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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린 투자자가 아직 반환하지 않은 주식의 총량을 의미하는 대차거래 잔고의 증가는 공매도 세력 증가 또는 주가 하락 예상을 반영하고 있다. 코스피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 대차거래 잔고 증가로 공매도 압력이 커지게 될 경우,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변동성이 커질 확률이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0조76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3월 31일 3조9155억원에서 4개월여 만에 157.3%(6조1604억원) 늘어난 수치다. 한 달 전(8조8120억원)보다도 14.3%(1조2640억원) 증가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가격이 떨어지면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이다. 최근 코스피가 3000선을 넘는 단기 급등세를 보이자 조정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매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코스피는 공매도 재개일인 3월 31일 2481.12에서 이달 6일 3198.14로 717.02포인트(28.90%) 상승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랠리가 이어가며 지난달 30일에는 3254.47까지 치솟았지만, 다음 날 정부 세제 개편안 발표와 미국 관세 여파 등으로 3.88% 급락했다. 이후 6거래일째 3200선 안팎에서 주춤하며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계절적 약세 구간에 접어든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해 단기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980년 이후 코스피 월평균 수익률을 보면 8월(-1.42%)과 9월(-0.77%)이 가장 부진한 시기였다"며 "7월 이후 증시를 이끌었던 모멘텀 투자도 약화되며 상승 탄력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공매도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대차거래 잔고가 3월 말 65조7720억원에서 이달 8일 96조6190억원으로 약 47%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의 전초 단계로, 향후 공매도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나타낸다.
과거와 비교하면 수치가 절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코스피 하락에 베팅을 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해석을 피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승세 둔화와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 확대가 이어질 경우 업종별 영향 차이를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은 반도체 장비 업체인 한미반도체로 비중은 6.10%에 달한다. 이어 SKC(5.31%), 호텔신라(4.53%), 신성이엔지(4.15%), LG생활건강(3.41%), 동방(3.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관세 영향이 적은 조선·방산·원자력 업종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상승세 둔화와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 확대가 이어질 경우 개별 종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은 경계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