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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0년 사법 족쇄 풀리나… M&A·신사업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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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07. 14. 18:08

대법, 17일 합병·회계부정 사건 선고
무죄땐 위기 극복 '총수 리더십' 탄력
최근 공조·헬스케어 해외투자 확대 속
AI 반도체 등 기술 리더십 회복 전망
삼성의 10년 가까운 사법 리스크가 이번 주 대법원 판단으로 중대한 분기점을 맞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가운데, 재계는 이번 판결이 삼성 경영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전 미국 '앨런&코 콘퍼런스' 참석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이 회장은 "여러 일정을 하느라 피곤하다"고 말했고,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9일부터 13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이 행사는 글로벌 미디어·IT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비공식 정상회의다. 이 회장의 참석은 7년 만이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올해 초 중국과 일본 출장에 나서며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과 함께 본격적인 경영 외교 재개를 알렸다.

이 회장은 2015년부터 시작된 승계 관련 수사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약 9년간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수감과 가석방, 복권을 거쳤지만 총수 리더십이 제약된 상황에서 삼성은 전략적 투자와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여기에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까지 겹치며 삼성전자의 위기감도 커졌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0조원을 간신히 넘겼고 지난 2분기 잠정 실적도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 급감하며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는 고부가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추격을 허용하며 기술 리더십이 흔들렸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와의 인증(CDQ) 절차에서도 지연이 발생했고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총수 부재로 인한 전략적 결단이 늦어진 것이 이러한 배경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은 한동안 정체돼 있던 전략적 투자도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유럽 최대 공조업체 플랙트그룹을 약 2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이달 초에는 미국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젤스를 전격 인수하며 커넥티드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도 본격화했다. 이와 함께 로봇, AI 반도체, 전장 등에서의 기술 확보형 투자와 파트너십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는 이러한 M&A와 신사업 확대가 이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준비해 온 전략이 차례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의 행보는 삼성의 투자 드라이브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법원이 1심·2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한다면 삼성도 미래 전략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통상 마찰, 중국의 추격, AI 기술 전환, 글로벌 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쳐 있는 시기"라며 "삼성처럼 복합 위기를 안고 있는 기업은 사법 리스크까지 해소되지 않으면 경영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무죄로 나지 않는다면 조직 내부의 심리적 불안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족쇄가 해소돼야 불확실성도 걷히고 삼성이 미래 전략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은 오는 17일 오전 11시 15분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앞선 1심과 2심은 합병 및 회계 처리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으며 대법원도 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죄 확정 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약 9년 만에 형사 사건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게 된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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