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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0일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고 최근 강화된 가계부채 대책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금리 동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보면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이해된다.
한은의 금리 동결은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23일(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3%가 올랐다. 2018년 9월 둘째 주 0.45% 상승한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성동구가 0.99%, 마포구 0.98%, 송파구는 0.88%가 올랐다. 일주일에 이 정도 오르면 '폭등'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묶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과 금리 동결은 맥이 같다.
금리는 건설업계 어려움도 가중시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0일 고금리와 고물가·공사비 급등·주택 준공 및 착공 물량 급감으로 건설업 침체 우려가 커진다며 20가지 제도개선을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 건설업 기업경기실사지수가 4월 76.2, 6월 90.2, 7월 95.3 등 100 이하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한경협은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별법을 제정해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금리와 물가가 건설업 발목을 잡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위험수위에 달한 가계대출도 금리를 동결하게 만든 요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과 제2금융권 포함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마이너스 9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월에 4조2000억원, 4월 5조3000억원, 6월 6조5000억원 등으로 계속 불어났다. 지난해 10월 6조5000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31조8000원이 풀리면 소비자물가를 또 자극할 수 있다.
금리 동결은 부동산 안정과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있지만, 자영업자에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경협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평균 1억3600만원을 9.4% 이율로 대출받아 월 81만원을 이자로 내고 있다. 예금은행의 평균 대출금리 4.5%, 소액대출(500만원 이하) 금리가 6.8%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금리다. 자영업자 44%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3년 내 폐업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금리를 내려 금융비용을 줄여줘야 할 상황이지만 부동산과 가계대출을 자극할 수 있어 당국의 셈법이 복잡하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치하고도 기민한 대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