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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정원 상황만 해도 그렇다. 발아율이 좋은 맨드라미는 도처에 싹을 내미는 통에 질서를 어지럽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정원의 단정함을 유지하게 해주는 금잔디는 또 어떤가. 뻗어 나가는 뿌리는 거의 침략군 수준이다. 반면에 잡초의 신분으로 화초 곁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지만, 강아지풀, 달개비, 어저귀의 수줍은 모습은 어여쁘기만 하다. 정원의 많은 식물들을 세심하게 정리해 제자리를 찾아주자니 많은 노력이 들 수밖에 없다.
잡초를 귀하게 대접해 주었더니 녀석들의 화분 더부살이도 흔하게 일어난다. 작년에는 다육식물 '바위솔' 화분에 제비꽃이 자리를 잡았는데, 올해는 '쇠비름'이 손님으로 찾아왔다. 어찌나 바위솔과 멋지게 어울리는지 차마 뽑아낼 수가 없었다. 다육이 '염자'와 생김새가 너무 닮아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쇠비름이 다육식물의 일종이었다. 당당하게 화분에서 사랑받고 싶은 쇠비름이 "저도 다육이에요!"라며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마을 잡초동아리 할머님들도 화분이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시며 이번 주 그림 그리기 수업은 쇠비름으로 하자고 청하셨다. 쇠비름 꽃이 노랗게 피면 얼마나 예쁠까 마음이 설렌다. 아무래도 잡초들과 단단히 사랑에 빠진 것 같다.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