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여의로]‘머리 빗기’ 선언한 중기부, 남의 머리칼만 다듬을 텐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61901000953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8. 06. 18:31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1
노용석 중기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 하반기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오세은 기자
"헝클어진 머리를 빗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진행한 하반기 대국민 업무보고에서 밝힌 출사표다.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 파편화돼 난립하는 유사·중복 및 저성과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칼질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호기로운 선언 뒤로 지울 수 없는 현실적 의문이 따라붙는다. 타 부처와 지자체의 공고한 '예산 밥그릇'을 과감히 쳐낼 실질적 강제력과 거버넌스가 과연 중기부 손에 쥐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중소기업 정책협의회는 장관 주재로 열렸음에도 타 부처 과장급이 대리 참석하거나 서면 제출로 때우기 일쑤였다. 이를 두고 경제부총리 주재로 격상하고 기획재정부의 통합재정사업 성과평가와 연계해 이행력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강제 권한과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이상, 기득권의 담장을 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 심각한 대목은 정작 '자기 집 머리'조차 제대로 빗지 못하고 있다는 자화상이다.

중기부가 대표 성과로 앞세운 창업 프로젝트 '모두의 창업'은 1차 사업 당시 응용프로그램(API) 소스코드와 암호키가 외부에 노출되는 초유의 보안 사고를 냈다. 합격자 5000명의 핵심 사업 아이디어와 심사평이 고스란히 유출됐다. 그럼에도 중기부의 대응은 기가 막혔다. 추경 예산 집행과 사업 일정 차질을 핑계로 개발사 교체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 보안업체 추가라는 임시방편만 누더기처럼 얹어 2차 사업을 강행 중이다. '예산 소진'이라는 행정 편의를 위해 청년 창업가들의 피땀 어린 자산을 담보로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하는 셈이다.

산하기관 간 업무 중복과 밥그릇 싸움 역시 가관이다. 창업과 재창업 분야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과 창업진흥원(창진원) 간 업무 중복과 역할 과중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중기부는 "교통정리를 고민 중"이라는 한가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손을 놓고 있다. 집안 단속조차 못 하면서 남의 집 정리를 하겠다는 격이다.

현장 체감 경기와의 지독한 온도 차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액이 640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지만, 이는 케이(K)뷰티 등 일부 소비재가 착시를 일으킨 결과일 뿐이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폭탄을 맞은 뿌리기업과 전통 제조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이미 고사 직전이다. 2조2000억원으로 복원된 R&D(연구개발) 예산 역시 "지원금을 늘리면 이탈한 연구 인력이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관료들의 한가한 낙관론만 무성할 뿐, 한번 붕괴한 현장의 신뢰를 재건할 정밀한 보완책은 어디에도 없다.

타 부처 지원사업의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주겠다고 호언장담하기 전에, 중기부 스스로가 떠안고 있는 보안 참사, 산하기관의 밥그릇 중복, 현장과의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헝클어진 머리'부터 솔선수범해 단정히 빗어내려야 한다. 내부의 뼈를 깎는 자정(自淨) 없이 남의 밥그릇에만 칼을 대려 한다면, 부처 간 소란만 야기한 채 허공 속 외침으로 끝날 것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