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소·삼봉선생집·동국이상국전집 일부는 보물로
|
괘불 혹은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거행할 때 거는 대형 불화다. 길이 10m가 넘는 경우도 있는데, 압도적인 규모로 다양한 도상을 표현한 점은 다른 나라 불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점으로 평가받는다.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꾸준히 제작됐으며 현재 '칠장사 오불회 괘불'을 비롯한 국보 7점과 보물 55점 등 전국적으로 120여 건이 전한다.
무량사 괘불도는 아름답게 장식한 모습의 부처가 특징이다. 길이가 약 14m에 이르는 삼베 바탕에 화려한 보관을 쓴 부처가 서 있는 모습을 균형감 있게 표현했다. 도톰한 입술, 속눈썹, 콧수염까지 세밀하게 묘사해 눈길을 끈다. 국가유산청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신체를 아름답게 꾸민 부처를 뜻하는 장엄신(莊嚴身) 괘불의 시작점을 연 작품으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림 아랫부분에 남긴 기록인 화기(畵記)에 따르면 이 괘불도는 법경·혜윤·인학·희상스님 등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1627년에 그린 것으로 파악된다.
괘불이 국보로 지정되는 건 1997년 이후 약 28년 만이다. 무량사 괘불도는 기존에 국보로 지정된 다른 괘불도보다 제작 연대가 앞서고 충청 지역에서 유행한 미륵대불 신앙이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괘불도 확산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이라며 "규모, 장엄성, 시기성, 상징성, 예술성 측면에서 우리나라 괘불도의 대표 격"이라고 평가했다.
|
이번에 보물이 된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은 당나라 승려 징관(738∼839)이 지은 '화엄경수소연의초'에 대해 송의 승려 정원(1011∼1088)이 해설을 단 불경 중 하나다. 대방광불화엄경소는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이 고려로 귀국할 때 정원이 선물로 줬으며, 이를 새긴 경판 2900여 장이 1087년 고려로 전해졌다고 한다.
국가유산청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경판을 중심으로 책을 찍었으나, 일본이 여러 차례 경판을 요청하면서 1424년 다른 경판과 함께 일본에 하사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판본 중에서는 국내에 남은 유일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고려 말 조선 초기 학자이자 문신 삼봉(三峰) 정도전(1342∼1398)의 글을 모은 삼봉선생집 가운데 권7에 해당하는 자료도 보물로 지정됐다. 고려 중기 학자 이규보(1168∼1241)의 글을 모은 문집인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의 권18∼22, 31∼41 등 일부도 보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