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30일간으로 하자"
트럼프 "한쪽이라도 어렵게 만들면 휴전 중재 노력 중단"
루비오 미 국무장관 "몇주 안 휴전 가능한지, 며칠 안에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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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휴전 중재가 좌초될 위기에 나왔지만, 전쟁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휴전을 30일로 하자고 역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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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면담하면서 "러시아는 오늘 18시(모스크바 현지시간·한국시간 자정)부터 21일 자정(오전 6시)까지 부활절 휴전을 명령한다"고 러시아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측이 우리의 본보기를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동시에 우리 군은 어떤 형태의 공격적인 행동을 포함해 휴전 위반이나 적의 도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지 합의를 100회 이상 위반했다고 주장한 뒤 "전선 상황은 안정적이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러시아군은 체계적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라시모프는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황과 관련, "약 1260㎢에 달하는 이 지역 영토의 주요 부문 99.5%가 이제 해방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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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미 국무장관 "몇주 안 휴전 가능한지, 며칠 안에 결정해야"
푸틴의 휴전 명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경고'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 기자들과 문답 중 "어떤 이유로든 두 당사국(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한쪽이 이(휴전)를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그냥 '당신은 바보다.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그냥 (더 이상의 중재 노력을) 사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전쟁의) 끝을 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도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 등과 함께 유럽·우크라이나 관리들과 회동한 뒤 평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이 중재 역할에서 손을 뗄 수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동시 압박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몇주, 몇달 동안 이 노력을 계속할 수 없다"며 "우리는 지금 매우 신속하게 결정해야 하며, 앞으로 몇주 안에 이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며칠 안에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만약 불가능하다면, 우리의 의견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런 일(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도 '글쎄, 우리는 할 일 했어(we are done)'라고 말할 지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당시 파리 회동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모든 당사국이 합의에 도달하기로 약속한다면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제 문명 세계는 러시아도 정말로 진지한지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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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휴전 명령에 회의적 반응을 내놓으면서 휴전 연장을 역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 "완전한 휴전이 유지된다면,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부활절인 20일 이후로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고 적었다.
그는 "30시간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엔 충분하겠지만, 진정한 신뢰 구축 조치를 위해서는 부족하다"면서 "30일이 평화를 시도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동의한 미국의 중재안을 이행할 것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날 엑스를 통해 "러시아는 이미 39일째 미국(중재)에 거부하고 있다"며 "불행히도 그의 발언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중재로 전쟁포로(POW) 246명씩을 교환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중상으로 응급 치료가 필요한 포로 31명도 추가로 돌려받아 총 277명이 귀환했다.
러시아군 중상 포로 15명도 추가로 송환돼 이날 양측이 교환한 전쟁포로는 총 538명으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