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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왔으니 욕심을 부려 보느냐, 불확실성 속에서 신중히 가느냐 조선사들의 속내도 복잡합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우리 조선업체가 인수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으나, 모두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HD현대는 현재 수빅조선소와 협력관계로 현지에 군수 지원센터를 지어 위탁 등 맡기고 있지만 인수 제안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화오션은 아예 부인 공시를 내며 일축했습니다.
수빅조선소는 2006년 한진그룹에서 분할한 한진중공업이 건설해 확장해왔으나, 조선 업황 불황과 맞물려 2016년 경영난을 맞았고 2019년 결국 영업 중단에 이르러 현재 사모펀드가 주인이 됐습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지은 현지 조선소들의 성적이 좋지많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를 예측하는 '설'은 끊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조선업이 '호황'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지난 2022년부터 조선업계는 '슈퍼사이클'이 도래했습니다. 오랜 불황동안 저가로 수주했던 물량을 털어내고, 신규 수주가 크게 늘어나며 신조선가도 높아졌기 때문이죠. 이미 4년치 일감을 다 채웠을 정도로 도크가 차자,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앞서 한화오션은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는 단순히 생산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측면이라기보다는 현지 특성에 맞춘 대응입니다. 미국이 유독 미국 내 운항 선박은 현지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존스 법'이나 군함을 미국 내에서만 건조·수리해야한다는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으로 조선업의 진출이 막힌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 선진화를 추진하는 조짐이 보이자 한화오션은 일찌감치 현지 투자를 결정한 겁니다.
신규 수주는 사실 줄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 건조 선박에 대한 규제나 친환경 전환 흐름은 지속되며 당분간은 호황 기조가 유지될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관세 협상의 '지렛대'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사들 목소리를 들어보면 고질적 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이 오히려 필요한 시점입니다. 해외 위탁 생산 등으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당장 생산 설비 증설보다는 기술 개발이나 인력 확충을 위한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설명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남아나 중국 등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등 여러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당장은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 지원이나 인력 지원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