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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대표적인 진경산수화가인 겸재 정선이 그린 '독서여가도' 속 선비는 겸재 자신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은 겸재가 66세(1741) 이후 제작한 작품을 모은 '경교명승첩' 상권 맨 처음에 장첩 돼 있다. 조선 지식인의 이상적인 삶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당시 선비들이 추구했던 자연과의 조화, 학문에 대한 열정, 심신의 수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삿자리가 깔린 방 안에는 서책이 쌓인 책장이 있어서 겸재가 학문하는 선비임을 넌지시 말해준다. 책장 문에 장식된 그림, 쥘부채에 그려진 그림이 모두 겸재의 그림으로 이 방이 그의 서재임을 알 수 있다.
겸재는 초상화나 인물화 그리는 것을 꺼렸는데, 평생의 친구인 사천 이병연에게만은 예외로 초상화를 직접 그려줬다. 이 작품도 겸재에게 사천이 요청한 그림으로 추정된다. 고아한 선비의 휴식하는 모습을 맑은 필치로 그려낸 이 작품은 정선의 흔치 않은 인물화로서 중요성이 크다.
호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