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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베토벤 음악을 연주하게 된 최희연은 지난달 28일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 2015년 첫 녹음을 시작한 후 음반 발매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는 베토벤 음악에 관해 "항상 문제로 시작해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속을 후련하게 해주고 천재적이다"면서 "어떤 드라마틱한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신난다"고 설명했다.
최희연은 6살 때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며 데뷔했고 비오티, 카펠, 에피날, 부소니 국제 콩쿠르 등에서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4년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진행하며 '베토벤 스폐셜리스트'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베토벤 음악을 녹음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3년 베토벤 소나타를 녹음하기로 결했지만 2004년 결혼 뒤 임신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는 "당시 아이를 잃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모든 것을 아이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계약을 중단했다"고 돌아봤다.
이후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원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녹음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러던 중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로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올해의 예술상'을 받은 것이 열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2015년 녹음을 시작한 이후 자신의 연주 실력에 대한 회의감으로 중단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와 프로듀서 마틴 자우어 등의 격려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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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는 합창 교향곡과 같은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된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어느 시대보다 베토벤 음악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희연은 훌륭한 연주자인 동시에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31세가 되던 1999년 서울대 음악대학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교수로 임용됐다. 2023년부터는 미국 피바디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음대 마스터클래스에서도 지도하고 있으며, 여러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도 역임했다. 특히 프랑스의 에피날과 오를레앙 콩쿠르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에 위촉됐다.
그는 "국내에 임윤찬, 조성진 등 반짝반짝 빛나는 별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많다"면서 "특별한 사랑으로 이들을 계속 지원하고 아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