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경기 중 3루 방향 건물에 설치된 구조물(오른쪽) 일부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30일 촬영한 현장 모습. /연합뉴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가족 단위 관중들이 많이 찾는 야구장에서 외벽 구조물 낙하에 의한 사망 사고가 일어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건은 지난 달 29일 일어났다.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경남 창원NC파크 3루 측 매점 인근에서 20대 관중 A씨가 추락한 구조물에 맞아 머리를 다쳤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이틀 만에 숨졌다.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외장 마감 자재인 알루미늄 소재의 루버가 낙하해 관람객을 덮친 사고로 같이 있던 A씨 동생은 쇄골이 부러져 치료 중이고 다른 1명은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떨어진 구조물은 길이 약 2.6m, 폭 40㎝로 무게는 60㎏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로 본 이번 사고는 제3장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중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각 구단에 야구장이 해당 법령에 적용되는 시설이라는 점을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유의 야구장 관중 사망 사고에 KBO는 4월 1일 모든 경기를 취소하고 애도 기간을 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라고 할 만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긴다. 이번 사고는 그 공간 안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이었기에 우려를 더한다.
정재호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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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낙하물 사고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야구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도 종종 사망 사고가 일어나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난간에서 실수로 중심을 잃고 추락하는 사건들이었다. 아이들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야구장에서 구조물이 관중을 덮친 경우는 없다. 심지어 NC 다이노스 파크는 2019년에 탄생한 신식 구장이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찾아 엄중하게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구장 관리 주체인 창원시에게 더 많은 책임이 가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해당 구장을 위탁 운영하는 NC 구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도 마찬가지다.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본격 수사에 나선 경찰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안전을 보장할 차례다.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 '안불망위(安不忘危)'이라는 말이 있다. 평안한 때에도 위태로움을 잊지 말고 스스로 경계함을 이르는 가르침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균열이 생긴 담장, 느슨해진 안전망 하나라도 자칫 대형 사고를 부를 수 있음을 야구계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