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사태' 리스크속
국민연금 표심에 관심도 높아져
법원 가처분결과 따라 혼선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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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이 제안한 '이사 수 상한 설정'과 '사외이사 의장 선임' '분리 선출 가능한 감사위원 수 상향' 등의 정관 변경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이어 MBK·영풍이 추천한 후보 17명 중 7명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현재까지 고려아연이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제안한 안건들은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자문사를 포함해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에게 모두 찬성 권고를 받았다.
반면 한국ESG기준원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서 고려아연이 추천한 서대원 후보의 재선임을 반대했으며, 기존 사외이사였던 권순범, 이민호의 감사위원 신규 선임에도 모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분석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이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핵심은 단연 국민연금으로 꼽힌다. 단순히 4.51%의 지분 방향을 떠나 홈플러스 사태로 덩달아 우려의 시선을 받아 범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MBK가 최대주주인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국민연금도 약 9000억원의 손실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적자금의 사모펀드 투자가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부터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책임 경영 관련 지적도 더 거세질 수 있어 국민연금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임시주총을 앞두고는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제한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밝히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번 주 내로 나오는 법원의 가처분 판단은 주총 파행을 예상케 하는 핵심 변수다. 최 회장 측은 최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를 만들고 다시 이번 정기주총에서 영풍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에 영풍 측은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 지우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측이 지분 61%를 들고 있는 영풍정밀은 최근 상호를 '영풍정밀주식회사'에서 '케이젯(KZ)정밀 주식회사'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회사 측은 변경 사유로 '기업 이미지 제고'라고 설명했으나, 결국에는 회사 곳곳에서 '영풍'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영풍정밀은 그간 상호만 놓고 보면 영풍·MBK 측인지, 고려아연 측인지 착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간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의 상징이었으나 이후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지난해 8월 상호를 'KZ트레이딩'으로 변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