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유명 가수 피살 사건 계기로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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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루 정부는 18일(현지시간) 수도 리마와 카야오 등 2개 주(州)에 대해 치안 질서 확립을 위한 비상사태에 들어간다고 전날 선포했다.
30일간 계엄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선포됨에 따라 수도 리마를 포함한 이들 2개 주에선 집회와 이동 등 헌법상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군은 경찰과 함께 치안경비를 담당한다.
또 필요한 경우 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나 구금을 단행할 수 있다. 다만 당장 거리에 배치된 병력이 눈에 띄게 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페루 정부는 "법률적으론 가능하지만 당장 집회나 이벤트의 개최,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며 자유로운 국내외 여행관광도 보장할 것"이라며 "공항도 정상 운영해 국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전날 개학 기념 행사에서 "악한 살인범들에겐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루 헌법은 전시 반역과 테러에 한해 사형을 허용하고 있지만 1979년 사형제 폐지를 위한 미주인권 협약의정서를 비준한 후 실제로 집행한 적이 없어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에 속한다.
살인 등 강력범죄를 최고 사형으로 처벌하기 위해선 개헌이 요구되지만 볼루아르테 정부는 개헌에 필요한 원내 의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지 언론은 "강력범죄에 사형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실현성이 적지만 지금의 치안 불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16일 페루에선 한 인기 가수가 밴드 구성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자 페루 정부는 비상사태 발동을 전격 결정했다.
페루에서 특히 심각한 범죄는 살인과 금품 갈취다. 페루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페루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2057건이다.
2017년의 674건과 비교하면 7년 만에 약 3배로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페루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총 459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9건 많다.
갱단 등 범죄조직이 상인이나 학교, 병원 등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사건도 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고건 기준으로 2017년 5225건이었던 금품 갈취는 지난해 2만2835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호르헤 사파타 페루 기업인단체총동맹 회장은 최근 현지 매체 에레페페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공갈 협박을 동반한 금품 갈취 피해가 너무 커 지난해 말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소상공인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며 "소상공인 1442명을 직접 찾아가 피해 여부와 피해액을 조사한 결과 매일 범죄조직에 뜯기는 피해액 합계가 평균 13만7000달러(약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범죄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시민들은 늘 불안하다. 비상사태가 발효된 18일 아침 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 주민 페드로 키스페(48)는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은 신변 안전을 운에 맡긴 채 버려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