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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기자의 수심결]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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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3. 09. 18:03

광덕스님 영향받은 재가불자 이종린 원장의 분석
화엄과 선의 관계..고·잘·미·섬모 운동 등 제시
티베트밀교 마하무드라와 보현행원 비교 눈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입불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紺紙金泥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보물 제752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입불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 검푸른 빛 감지에 금가루로 보현행원품을 새긴 작품이다./출처=국가유산청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화엄경) 보현행원품은 대승경전의 왕(王)인 화엄경의 '결론'이라고 말한다. 서울 잠실 불광사를 창건한 금하당 광덕스님 등 일부 스님들은 보현행원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일찍부터 강의를 해왔다. 히자만 보현행원품은 재가불자 사이에선 금강경,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다.

이러한 보현행원품의 가치를 재발견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불광출판사가 작년 12월 초판을 발행한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398쪽/2만5000원)이다. 이 책을 보면 왜 보현행원품이 화엄경의 결론인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스님도 아닌 재가자다. 의사인 서울소아청소년과의원 이종린 원장이 저자다. 이 원장은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금하 광덕스님을 만나뵙고 보현행원 수행에 대해 알게 된다. 이후 보현행원을 실천하면서 자신이 달라지고 있고, 불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출가자나 재가자 모두 삶과 수행이 따라 놀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삶과 수행이 같이 가는 길을 모색하던 이 원장은 과거 광덕스님이 남긴 보현행원에서 답을 찾았다.

보현행원품은 화엄경의 마지막 부분인 입법계품(入法界品)에서 나온다. 입법계품은 부처님의 화장법계를 묘사한 화엄경 전반부와 십회향품, 십주품, 십행품, 십지품 등 보살도를 설명하는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에 자리 잡고 있다. 입법계품은 선재동자가 스님·국왕·어부·창녀 등 다양한 54명의 선지식(善知識·바른 스승)을 만나는 구도기를 내용으로 한다.

여러 선지식을 거친 선재동자는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10가지 큰 행원(보현행원)을 닦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공경, 찬탄, 공양, 참회, 수희, 청법, 청불, 불학, 수순, 회향 등 10가지 행위를 부처님께 맹세하고 힘쓰는 것으로, 일체 모든 현상에서 부처님을 찾고 모든 이를 부처님으로 여기며, 모든 곳에서 부처님이라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모든 세상이 이미 완전한 부처님 세계라고 보는 '화엄'을 깨친 이가 보살행을 하는 것이 10대 행원인 셈이다.

이 원장은 보현행원을 수행과 삶이 하나가 되는 열쇠로 봤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바른 서원이 있으면 사마타(定)와 위빠사나(慧)가 함께 간다고 설명한다. 번뇌로 가득 차 보였던 세상이 알고 보면 온전한 부처님 세상이라는 게 화엄사상의 이론이라면, 참선을 통해 안목이 열리고 불이(不二)를 깨닫는 것은 이론의 실천이다. 이 때문에 역대 화엄 조사들은 이론은 화엄경에서 찾고 실천은 참선으로 해결했다고 이 원장은 설명한다.

이 원장은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를 위해 10가지 행원을 오늘날의 언어로 쉽게 풀이했다. 공경, 수희, 청법 등 불자가 아닌 사람은 와닿지 않기에 '고·잘·미·섬모'란 말로 풀어서 설명했다. 즉 '고맙습니다(고)'란 감사함 표현하기, '잘했습니다(잘)'란 칭찬, '미안합니다(미)'란 참회, '섬기고 모시겠습니다(섬모)'란 공경과 공양이다.

필자는 화엄경을 보면서 티베트밀교의 수습차제와 원만차제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경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보현행원품은 원만차제 단계의 심법이라고 보였다. 이 원장 역시 보현행원을 티베트밀교 까규파의 비전 '마하무드라'와 비교해서 흥미로웠다. 보현행원과 마하무드라 모두 구체적인 현상세계에서 진여로 바로 이르게 하는 방편이란 것.

화엄경 공부를 꾸준히 해왔던 이들이라면 이 책은 생각지도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일상을 사는 재가불자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보현행원의 10대 서원을 실천하는 이는 콘크리트 빌딩 숲속에서도 산사(山寺)의 선사(禪師)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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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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