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2030 세대는 왜 지금 “체제 전쟁”을 외치고 있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22701001505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2. 27. 17:45

송재윤 교수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역사학)

북핵을 이고 살며 선진국 문턱을 넘은 세계 5대 군사 강국에서 8년 만에 또다시 남미식 탄핵 정국이 펼쳐졌을 때, 다수 국민은 대통령 파면, 조기 대선, 정권 교체로 가는 뻔한 시나리오를 예상했었다. 그런 전망과는 달리 한국 사회엔 예측불허의 정치적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2030 세대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칭송하며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부르짖는 불가해한 현실 말이다. 광장에선 노인들의 "태극기 집회"에 젊은이들이 합세하여 4050 세대를 포위한 상태다. 탄핵 반대 집회의 열기가 서울, 부산, 대구를 찍고 광주, 대전을 거쳐 전국으로 퍼져간다. 2030 세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왜 그들은 4050 권력 집단을 비판하는가? 청년과 노년을 하나로 묶는 정치 의제는 무엇인가? 여러 대학의 탄핵 반대 선언문과 언론 인터뷰를 살펴보면 네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젊은 시절 사회주의에 경도됐던 1980년대 운동권과는 달리 오늘날 청년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을 견지하고 있다. 둘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파적 역사관을 벗어나 그들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취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 셋째, 그들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실체를 직시하며, "체제 전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넷째, 청년 세대는 인공지능으로 팩트를 체크하고 집단 지성으로 진실을 탐색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문해력이 뛰어난 한국의 청년 세대는 나라 안팎의 전체주의 세력이 벌이는 전방위적 하이브리드 공격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체제 전쟁"을 감당하고 있다.

2030 세대가 보기에 국회, 법원, 헌재, 경찰, 검찰, 공수처, 선관위 등등 국가 중추 기관의 헤게모니는 이미 반자유적 사상에 물든 4050 권력 집단에 장악된 상태다. 실제로 그들 중엔 과거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되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친일파와 이승만 괴뢰도당이 세운 미제의 식민지"라 폄훼한 자들이 적지 않다. 4050 세대의 반국가적 전력과 이념적 극단성을 뻔히 아는 청년 세대는 "북·중·러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를 고집한다"며 대통령을 탄핵한 국회의 권력 집단이 "반국가 세력"이라 의심한다.

반면 그들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대한민국의 기초를 닦은 노년층에 대해선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다. 75년 전 젊은이들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무력 침략에 맞서 목숨을 걸고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했다. 65년 전 젊은이들은 부정선거에 의분하여 "민주주의를 위장한 백색 전제(專制)"에 맞서 자유를 지키는 투쟁에 나섰다. 광장에 결집한 2030 세대는 625세대와 419세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유를 부르짖고 있다. 청년층과 노년층을 연결하는 공동 이념은 바로 자유민주주의다.

광장에서 연대한 이 두 세대는 전체주의 세력과의 결사 항전을 외치고 있다. 단순히 허위 정보에 휘둘린 극우적 발상이라 치부할 순 없다. 21세기 전체주의 세력은 재래식 전쟁 대신 정치, 문화, 서비스, 미디어 등 모든 영역을 파고드는 무제한의 초한전(超限戰, unlimited warfare)을 감행한다. 국가 시스템의 사이버 안보를 허술하게 관리하는 정부는 망국적 안일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전 국정원 3차장이 보름 전 헌재에서 증언한 대로 선관위 전산망이 비밀번호도 터무니없이 단순할뿐더러 망 분리도 완전하지 않아 해커가 카페에 앉아서 침투할 수 있을 정도였다면, 과연 몇 명이나 흔쾌히 그런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40% 이상은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한다. 해킹 위협에 특히 민감한 2030 세대가 선관위를 향해 "서버 까!"를 외치고 있음은 무리가 아니다. 누구도 그들의 입을 막을 수 없다. 내란 선동죄로 청년 유튜버들을 고발해 봐야 구독자만 늘고 조회수만 폭증할 뿐.

2030 세대의 "체제 전쟁"이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예단은 이르지만,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 구도나 극우 몰이 따위가 먹힐 리는 없을 듯하다. 전체주의의 하이브리드 공격이 교묘해질수록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청년들의 투쟁은 격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냉혹한 신냉전의 현실을 개탄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란 본래 대중적 관심을 단비처럼 흡수하고 국민의 감시를 햇살처럼 쪼여야만 무성하게 자랄 수 있는 활엽수림 같은 제도이므로.


송재윤 교수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역사학)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