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스캠'으로 마약 조달
마약운반책, 한국인·무비자 입국 외국인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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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정원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국적인 K·제프는 우리나라에서 마약 유통 범죄를 주도한 혐의로 2007년 검거돼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8년 추방됐다. 이후 최근까지 나이지리아에 은신하며 북중미·동남아 등지에서 마약을 조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대규모로 마약을 밀수출해왔다.
나이지리아에 기반을 둔 K·제프의 조직은 동남아·아프리카·북미·유럽 등지에 거점을 마련하고, 마약 유통·로맨스스캠·투자 사기로 조달한 자금을 이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세를 확장해오던 '신흥 마약조직'이다.
이들은 각국 정보·수사기관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왔으나 이번에 국정원에 덜미를 잡혔다.
그의 마약조직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이성에게 환심을 산 뒤 돈을 가로채거나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로맨스스캠' 방식으로 마약 운반책을 조달했다. 기존 범죄 수법을 새로운 범죄에 악용한 '하이브리드 범죄'로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부하 조직원들은 국제기구 요원·정부기관 소속 직원·변호사 등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했으며, 한국으로 마약 운반을 시킬 목적으로 한국인과 국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외국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조직원들의 '연인관계'·'투자빙자' 등 거짓말에 속아 해외로 유인됐다. 이후 '선물 대리 전달' 등 명목으로 백팩·수트 케이스·초콜릿 등을 다른 국가로 운반했는데, 그 안에 마약이 은닉돼 있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50대 여성이 이 조직의 금융사기 수법에 속아 브라질로 출국, 코카인이 숨겨진 제모용 왁스를 받아 한국을 경유하여 캄보디아로 향하던 중 적발된 바 있다. 현재까지 국정원이 확인한 운반책 피해자만 10여명에 달한다.
이번 총책 검거 배경에는 국정원의 5년에 걸친 집요한 물밑 추적이 있었다.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망을 통해 2020년부터 이들 조직을 추적, 검찰·경찰·관세청 등 수사기관과 함께 대대적인 적발을 진행해 왔다.
국정원은 현재까지 총 7차례에 걸쳐 메스암페타민 28.4kg·대마 17.2kg 등 총 45.6kg의 마약(시가 972억원 상당)을 압수하고 총책 포함 조직원 37명을 검거했다.
이번 총책 검거 때는 K·제프의 새로운 범행 정황과 은신처 등 핵심 정보를 나이지리아 마약법집행청에 지원했다. 국제범죄 담당 요원을 현지에 급파, 나이지리아 당국 무장요원들과 함께 마약조직의 본거지를 급습해 총책 체포에 성공했다.
국정원은 "이번 검거는 국제 마약범죄 카르텔의 실체를 확인하고 해당 네트워크를 와해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정원은 앞으로도 해외 협력을 강화, 마약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미국 정부의 마약단속 강화로 판로가 막힌 북미 마약조직이 우리나라 등 아·태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마약 범죄 관련 정보 습득시 국정원(국번없이 111) 등 수사기관에 신고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의 요구에 의한 해외출국 자제 △해외에서 물품 운반 요청 거절 등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