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지 재확인…종전 협상에 우크라·유럽 참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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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지도자들은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서 이날 3시간 반가량 비공식 회동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회동에 대해 "유럽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외교적 움직임"이라며 "하지만 미국 대표단이 이번 주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유럽이 소외되는 상황이 더욱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폴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지지를 재확인하며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진행되는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평화 협정에 대한 논의는 환영하지만, 우크라이나에 강요된 평화는 거부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의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정은 없고, 유럽 없이는 유럽에 대한 결정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공식 회동이었던 만큼 특정 이슈에 관한 공통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어떤 형태의 안보 보장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마르크 뤼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우리의 안보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유럽이 평화 구축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유럽의 안보 보장을 뒷받침할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타머 총리는 "유럽 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다음 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후 다시 유럽 정상들과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독일과 프랑스 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발이 묶여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연방의회 선거를 닷새 앞두고 있으며,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 역시 재정난에 시달리며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마크롱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확대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WSJ은 "모든 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우크라이나 안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며 "미국은 유럽이 추가적인 자금을 마련해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군사 지원을 제공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정상들은 군사비 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냉전 이후 축소된 방위산업을 다시 활성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EU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GDP의 2%를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