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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극장가, 단촐하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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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9. 11. 08:01

사회적 메시지 강화된 '베테랑2' 흥행 독주 예약
베테랑2
황정민(왼쪽)과 정해인이 투톱으로 호흡을 맞춘 '베테랑2'는 9년전 1341만 관객을 동원했던 '베테랑'의 속편이다. 올 한가위 연휴에 선보이는 신작들 가운데 유일한 국내 대작이다./제공=CJ ENM
올 한가위 극장가의 '차례상'은 예년에 비해 단촐하다. 관객들의 관람 성향이 바뀌면서 성수기란 개념이 거의 없어진데다, 영화계의 오랜 불황으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텐트폴'(투자·배급사의 한해 경영 성과를 좌우하는 대작) 영화들이 만들어지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추석 연휴 기간중 선보일 국내 대작으로는 '베테랑2'가 유일하며, 외화로는 '스픽 노 이블'과 '우리가 끝이야'가 전부다. 그나마 다행은 세 편의 국내외 작품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장르 영화란 점에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메시지 더한 '베테랑2', 1편 이어 '쌍천만' 가능할까

2015년 개봉했던 1편은 형사 '서도철'(황정민)로 상징되는 정의의 공권력이 심지어 싸움까지 잘하는 망나니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카타르시스로 1341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2편은 단순명료했던 선악의 대립 구도가 다소 복잡해졌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이들을 상대로 한 사적 응징과 사적 응징을 돕는 척하며 자기 호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사이버 렉카에 학교 폭력 문제와 이민자를 바라보는 색안경 낀 시선까지 얹어, 무엇이 피해자를 위하는 길이며 진정한 정의인지 쉴 새없이 질문한다.
이 깉은 시도는 연출자인 류승완 감독이 1편의 성공 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사회적 메시지를 더하기 위한 극적 장치들이 현실감을 오히려 깎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악당 캐릭터부터 일반적인 할리우드 오락물의 빌런처럼 허구의 색채가 진하고,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있는 골목과 인적이 끊긴 터널 등 액션이 펼쳐지는 공간들 역시 도심 위주였던 1편에 비해 거리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황정민을 비롯한 극중 강력범죄수사대 팀원들의 단단한 팀워크와 특유의 유쾌·상쾌·통쾌한 액션은 여전하다. 뛰어난 종합 격투기 실력으로 팀에 새로 합류했지만 어디인지 모르게 정체가 의심스러운 경찰 초년병 '박선우' 역의 정해인도 이전 출연작들과 달리 의뭉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스픽 노 이블, 우리가 끝이야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 '스픽 노 이블'(왼쪽 사진)과 로맨스 드라마 '우리가 끝이야'가 11일과 13일 차례로 공개된다./제공=유니버설 픽쳐스·소니 픽쳐스
▲제임스 맥어보이의 악역 변신 돋보이는 '스픽 노 이블'과 격정 멜로 '우리가 끝이야'

11일 개봉하는 '스픽 노 이블'은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예민한 성격의 딸과 외도 여부가 의심스러운 아내 등 위기를 겪고 있는 한 미국인 가족이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가족의 초대에 응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제임스 맥어보이의 강렬한 '악역 변신'이다. '원티드'와 '엑스맨' 시리즈 등에서 연약하면서도 정의로운 캐릭터로 한국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가 음흉한 눈빛 연기와 위압적인 근육질 몸매로 미국인 가족을 공포로 몰아넣는 극중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으로 13일부터 상영될 '우리가 끝이야'는 세련되면서도 격정적인 분위기의 멜로물을 선호하는 커플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랑이 남긴 상처에 힘들어하던 '릴리'(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운명처럼 만난 새로운 남자 '라일'(저스틴 밸도니)의 위험한 비밀을 알게 돠면서 심리적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의 로맨스 드라마다. 올 여름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서 '데드풀과 울버린' '트위스터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1억4136만 달러(약 1893억 원)를 벌어들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약 4017억 원)를 쓸어담은 '깜짝' 흥행작이다. 두 편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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