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복지부 심리상담서비스 예산 책정 찬사 받을 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1501000862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1. 15. 11:06

장신대 목회상담학 교수 이상억 목사
clip20240115082845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상담학 교수·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이사장 이상억 목사
사람을 줄여 삶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으며, 때로 무너지지 않는 실존이 어디에 있으랴. 문제가 없다면 그는 산목숨이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니 삶이란 문제투성이다. 그래서 사람은 삶의 문제 안에 살며, 삶 역시 사람을 아프게 한다.

문제와 아픔을 절대 경험하지 않는 인생이라면 상담, 의료, 복지 등 사람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사회 인프라는 쓸데없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인생이니 사람을 돕고 살리는 지역사회 시스템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에 국민을 보호할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을 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4년 보건복지부 예산 가운데 '전 국민 마음건강 투자사업'의 일환인 심리상담 서비스에 539억을 책정했다는 소식에 공곡공음(아무도 없는 골짜기에 울리는 사람 발자국 소리)의 기쁨을 느꼈다. 특히 정부가 사후 대책 수준이 아닌, 예방 중심의 정신건강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 나서며, 중위험군에 속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심리상담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실시하고자 한다는 소식에 정말 감사하며 탄복했다.

사후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일파만파 이미 흐트러진 문제를 봉합하고자 많은 시간과 물질,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조금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정부가 전 국민 마음건강을 위한 예방적 차원의 상담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선제적 대책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우리가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우울과 불안, 공포, 그로 인한 극단적 외로움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신과 반목, 그리고 개인적인 이기주의는 물론 자국 우선주의로 치장됐던 국가적 이기주의까지 개인, 사회, 국가는 물론 온 세상이 무척 힘든 외상(Trauma)을 경험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종 범죄가 우리 사회를 더욱 황폐하게 해 왔다. 신학대학교의 상담학 교수이며 목사인 필자가 체감하는 우리 국민의 마음 건강 위험 수치는 팬데믹에서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되었음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상처 경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병리적인 증상들을 낳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이, 폭력과 살인, 개인 및 집단적 분노(충동)조절장애, 우울증과 자살률의 급증, 마약과 도박 등 중독의 이슈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정부의 이번 정책 기조와 결정이 고맙다. 종교의 대사회적 책무를 엄중하게 인식하며 전 국민 마음 건강을 위해 정통 종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듯이, 필자 역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국민의 마음을 보듬고 위로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한 돌봄과 치유,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를 경험할 때가 많았다. 이에 대한 선제적이며 예방적인 차원의 대책을 정부가 수립했다는 점에서 정말 감사만만(感謝萬萬)이다.

무엇이든 예방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일견 쓸데없는 일처럼 보일 때가 많다. 당장에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잘해봐야 아무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의료, 복지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그만큼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방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픈 마음을 돌보는 상담서비스에 정책기조를 두고 예산을 집행한다는 것만큼 지혜로운 일이 있을까. 미국 덴버의 아일리프대학에서 상담학을 가르쳤던 래리 그래함(Larry K. Graham)은 한 사람을 돕는 것이 세상을 돕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 사람의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기에 한 사람을 돌보는 것이 곧 온 세상을 살리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자칫 소외되거나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중위험군의 마음건강을 돌보는 것은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일 것이다. 나라가 집처럼 느껴져 우리나라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안전함과 안정성, 그리고 의미를 경험할 수 있다면 국민들이 느낄 훈훈함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는 대한민국, 그런 세상에서 위로와 회복은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 이병철의 시 '안기기, 안아주기'처럼 온기 가득한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

안기기, 안아주기(시인 이병철)

세상의 가슴 가운데
시리지 않은 가슴 있더냐.

모두 빈 가슴, 안아주어라
안기고 싶을 때 네가 먼저 안아라.
너를 안는 건, 네 속의 나를 안는 것

네 가슴속
겁먹고 수줍던 아이, 허기져 외롭던 아이를
무엇이 옳다, 누가 그르다
어디에도 우리가 던질 돌은 없다

포용이란 포옹이다
닭이 알을 품듯, 다만 가슴을 열어 그렇게 품어 안는 것
가슴에 가슴을 맞대고,
심장에 심장을 포개고,
깊은 저 강물소리 듣는 것

저 간절한 눈동자,
묻어둔 저 그리움
가슴으로 품어 환히 꽃피우는 것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상담학 교수 이상억 목사(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 이사장)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