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데스크 칼럼] 다시 찾아온 야만의 시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00901000321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0. 10. 06:00

아시아투데이_주성식
주성식 국제부장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20세기 초반은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였다. 더 많은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한 당시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극심한 땅따먹기 싸움이 여러 국가·민족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더니, 급기야 1·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대재앙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두 차례 세계대전이 전 세계 인류에게 뼈저리게 다가왔던 것은 전쟁에 참여한 각국의 위정자들이 온갖 미사여구로 내세웠던 대의명분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다는 점이다. 나치독일의 인종주의 정책에 의해 몰살 위기에 몰렸던 유대인,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었던 히로시마·나가사키 시민 등 민간인들의 피해는 이들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아픔으로 오랜 기간 동안 각인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광기는 애석하게도 21세기에 들어서고 20년도 더 지난 시점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강한 러시아'를 기치로 일으켰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동아시아를 불구덩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의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또다시 전쟁의 불똥이 튀고 있다.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군도 즉각 하마스가 자리잡은 본거지인 가자지구를 향한 보복공습을 단행했다. 이번 무력충돌은 2014년 7월 있었던 가자지구 분쟁 이후 9년만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이번 무력충돌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이틀만에 벌써 1천명 넘게 발생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무고한 민간인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공격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포함해 최소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는 뉴스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서방 언론들은 이번 무력충돌 발생 이유에 대해 지난해 재집권에 성공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극우정부가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을 통해 하마스가 행동에 나서게 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마스 역시 이번 선제 기습공격의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 극우정권의 폭압'과 '팔레스타인 탄압 중단'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항변이 애꿏은 민간인들의 희생까지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 어떠한 국가나 정파를 막론하고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은 국민(인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은 뜸금없는 말이긴 하지만,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된 인류문명사적 화두는 챗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달'이었다. 인간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학습능력을 통해 머지 않아 AI가 현재 우리 인류가 점유하고 있는 모든 분야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이 AI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세상이 오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합리성과 효율성에 근거해 답을 내놓는 AI가 절대 넘볼 수 없는 창의력과 판단력, 그리고 따스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부디 야만의 시대를 하루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 인류의 집단지성이 발휘되기를 바라본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