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사라져… '국회선진화법' 의미 퇴색됐다는 지적
국회의장 직권상정 제한, 안건조정위원회 설치, 안건신속처리제 등이 주요 골자
협치기구 출범 가능성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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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3+3 정책협의회'를 통해 협상을 이어가며 지지부진한 예산안 공방을 끝냈다. 대통령실 이전 예산과 이재명표 지역화폐예산을 두고 합의점을 찾는 데 진통을 겪은 여야는 이제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날선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여야 갈등 국면 속 민생 챙기기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대치전선이 깊어지면서 대화와 협력을 위한 분위기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어 국회선진화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는 10년 전인 2012년 5월 대화와 타협으로 주요 법안을 원활히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국회선진화법'을 마련했다.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국회선진화법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18대 국회 마지막날인 2012년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제한, 안건조정위원회 설치, 안건 자동상정 등이다. 20112년 5월 30일 19대 국회 임기 개시일에 맞춰 시행됐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많은 재적의원의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에 상정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 심의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가능한 필리버스터 제도도 도입했다.
국회선진화법 내용 중 '국회의장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까다롭게 한 것은 일당 폭주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국회의장은 천재지변이나 전시 등 국가비상상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 외에 쟁점 법안의 일방적인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
◇여야 대표들 협치기구 거듭 제안하지만 출범까지는 이어지지 못해… "안건조정제 활용하자"
하지만 '안건신속처리제'와 같은 경우는 제도적 허점이 존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건신속처리제도는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로 재적 과반수 요구로 발의된다. 이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으로 가결 시 의장이 해당 안건을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한다. 하지만 지정 후 각 상임위와 법사위의 심사기일을 채우기 위해 최장 270일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진행하기 어려운 제도로 평가된다.
'안건조정제'도 여야가 원활히 법안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상임위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쟁점 법안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하면 여야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 간 논의할 수 있다. 조정안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야 대치 국면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여야는 안전조정제와 같은 국회선진화법을 제대로 활용해 협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가 협치 희망가를 외쳐댄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여야 대표들은 협치기구를 거듭 제안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출범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야당에 '여야 중진협의체'와 '민생경제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에 호응하듯 민생법안을 다룰 여야협의기구를 만들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야의 협치기구 출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읽히지만 후속조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여야가 다시 '이재명 의혹' 관련 검찰 조사로 대치전선을 키우고 있어서다. 국회선진화법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여야의 협치기구 출범 가능성도 요원해져 새해에도 여야 대립이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의 의미를 되살려 충돌하고만 있는 여야가 대화와 협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예산안 대립으로 이미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한 상황에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까지 터져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건조정제 등 바람직한 여야 협력 장치가 있으니 이를 최대한 활용해 대립보단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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