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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日기시다 내각과 일본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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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10. 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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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보(本因坊)는 1대 산사부터 21대 슈사이까지 전해 내려오며 일본 바둑 고수들을 키워내는 유명한 가문이었다. 자신감의 발로는 혼인보 제12대인 조와 명인 시절 정점에 달했다. 그는 1826년 ‘국기관광’이라는 책 한 권을 펴냈다. 중국을 넘어선 바둑을 ‘국기’(國技)로 불러도 좋다는 자부심이 담겼다.

마지막 혼인보 슈사이 때는 세습을 멈추고 1924년 일본기원이 설립됐다. 일본기원은 제한시간과 초읽기 개념 도입 등 현대 바둑의 기틀을 마련하며 번창했다.

역사와 전통의 일본 바둑은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쇠락했다. 최근 세계바둑 패권은 ‘일→한→중→한’ 순으로 순환하고 있다. 일본 바둑은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해 세대교체를 등한시하다 서서히 몰락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은 지난 4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신임총재를 제100대 총리로 선출했다. 기시다는 ‘전환(변화)’을 강조하며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던 고도 다로 행정개혁상을 물리쳤다. 이면에는 일본 정치 특유의 파벌이 크게 작용했다. 호소다(細田)파·아소(麻生)파·다케시타(竹下)파 등 자민당 내 1~3위 파벌의 힘으로 당선된 기시다는 내각 및 당 인사를 ‘보은 및 파벌 안배’로 정리했다.
젊어지겠다는 공약은 공염불이 됐다. 21명 관료 중 13명을 새 얼굴로 채웠지만 평균 연령이 스가 요시히데 내각보다 1.4세가 높은 6.18세이고 여성은 3명뿐이다.

‘우향우’ 현상도 심화됐다. 극우 성향의 의원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유임된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이다. 민심을 외면한 채 국면탈피를 위해 ‘아베→스가→기시다’로 총리들이 가면만 바꿔 썼을 뿐 결국 ‘상왕’ 아베 정권의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배경이다.

일본 정치권을 보면 바둑이 떠오른다. 고인 물에 아무도 돌을 던지지 않으면 썩는다고 했다. 약 250년 동안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 바둑이 그랬다. 오히려 황금기는 세습의 악습을 끊었을 때 찾아왔다. 정도전은 자신이 쓴 ‘불씨잡변(佛氏雜辯)’을 통해 “하는 말은 번뇌를 끊고 세속을 벗어나 욕심을 없앤다고 하는데 (현실은) 인륜을 좀 먹는 해충이 되었구나”라며 고려 말 고일대로 고여 부패한 불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말로는 변하겠다는데 바뀐 듯 바뀌지 않은 기시다 내각은 지금 일본이 번창하는지 쇠락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시점이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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