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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도장 요구 정부지원금 늑장지급…‘甲의 힘’ 남용한 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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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17. 06.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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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2008년 성주디앤디(MCM)에 가방 등의 제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A사는 성주 본사 직원으로부터 대표자 명의의 도장을 건네 달라는 요구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두 회사간 납품거래 내역이 담긴 원가계산서에 대표자 날인이 빠진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은 들었지만, 남에게 내 도장을 건넨다는 게 왠지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일반 나무도장(막도장)을 파 건네줬던 A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뿐 아니라 다른 하청업체들도 같은 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 최근 회사 계좌에서 생각지도 못한 300만원 입금 내역을 발견하고 영문 몰라하던 또다른 하청업체 B사는 다음날 저녁 한통의 이메일을 받고 나서야 그 출처를 알게 됐다. 이 돈은 지난 2010년 성주 측이 협력업체와 함께 구축키로 한 ‘무선인식기술(RFID) 시스템’에 대한 정부 지원금으로, 당시 이 사업에 일정 금액을 출자한 B사에게는 무려 7년만에 지급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돈이 입금된 시점은 B사를 포함한 4개 하청업체와 성주 간 분쟁에 대한 공정거래조정원의 1차 합의기간 종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패션 브랜드 MCM으로 유명한 성주디앤디와 하청업체(1차 벤더사) 간 분쟁이 합의에 실패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18일 공정거래조정원과 패션업계에 따르면 맨콜렉션·신한인비테이션·에스제이와이코리아·원진콜렉션 등 4개 하청업체들이 원청업체 성주 측을 대상으로 제소한 부당한 단가산정 시정 건은 지난 13일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이관됐다.

이번 분쟁은 제품제작 위탁과정에서의 마진 지불방식인 ‘정액제’에 대한 양측 간 견해 차이에서 비롯됐다. 하청업체들은 성주 측이 2005년 MCM 고급화를 시작하면서 마진폭 상승 우려에 대비해 ‘정액제의 3개월 시행’을 제안한 후 지금까지 일방적인 ‘갑의 힘’으로 부당하게 유지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주 측은 단가산정을 정액제나 정률제 중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 정하는 법률이 없고, 이는 당사자간 합의 사항에 해당돼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우월한 지위를 활용한 성주 측의 갑질은 정액제의 일방적 시행에만 그치지 않다는 게 하청업체들의 주장이다. 지난 2008년 성주 측이 원가계산서 날인 용도로 쓴다며 하청업체들에게 대표자 명의의 도장을 건네줄 것을 요구한 게 대표적 사례다. A하청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성주 측과 거래하면서 한번도 우리 손으로 원가계산서에 직접 도장을 찍은 적이 없었다”며 “당시 본사 직원의 요청으로 도장을 건네 주기는 했지만, 성주 측이 밝힌 원가계산서 날인 외에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0년 RFID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으면서도, 이 사업에 일정 금액을 투자한 하청업체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다 뒤늦게 늑장지급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하청업체들은 7년 동안 존재조차 몰랐던 RFID 정부지원금이 공정거래조정원의 2차 분쟁조정 시작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갑자기 입금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정위 제소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정액제 외에 또다른 쟁점으로 부각될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입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성주 측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 명목의 금액 지급이 7년간 미뤄진 것은 RFID시스템 구축 사업 진행이 중단되는 과정에서의 실무진 착오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2010년 당시 RFID시스템 구축사업에 전체 비용의 97%인 10억5000만원을 투자해 참여했지만, 사업이 중단돼 정부 지원금을 전액 반납해야만 했다”며 “이번에 300만원을 지급한 것은 당시 사업에 공동참여한 벤더들에게 상생차원에서 투자 실비를 보전해주려는 차원에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하청업체에 부당하게 대표자 명의 도장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008년 당시 공정위의 하도급거래 직권조사 시 양측 합의 하에 맺어진 원가계산서 직인 미날인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라며 “그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한 적은 전혀 없지만, 도장 요구 과정에서 하청업체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분쟁 조정에서 밝혀졌던 성주 측의 갑질 행위는 그간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 등 원청업체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라면서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무렵 접수된 첫 상징적 사건인 만큼 공정위가 이를 어떤 방향을 처리할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퇴하는 김성주 한적 총재<YONHAP NO-3532>
사퇴하는 김성주 한적 총재 (서울=연합뉴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사의를 표명했다. 정해진 임기를 3개월여 앞둔 오는 30일 이임식이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열린 대한적십자사 창립 111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는 모습. 2017.6.16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성주디앤디를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성주그룹 오너인 김성주 회장은 지난 16일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김 회장은 이날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임기를 3개월여 앞두고 불거진 하청업체들의 공정위 제소 건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면서 적지않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벌 2세 출신이지만 자수성가해 1990년 성주그룹을 설립한 김 회장은 구찌, 입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을 국내에 론칭하며 한국 패션산업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5년에는 독일 패션 브랜드 MCM을 인수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키웠고, 2014년 10월에는 기업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대한적십자사 28대 총재에 취임하기도 했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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