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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귀 열고 그림자 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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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6. 05. 24. 05:07

소통·정보 공유 중시 '달라진 청와대 참모진 문화'...'수돗물 불신', '지하철 공사 봉괴' 김영삼(YS) 대통령 직접 설득 현장 행정으로 '불식' 뚝심...박근혜정부 성공한 '마지막 비서실장' 될지 주목
<규제개혁>박 대통령, 규제개혁회의 참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기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이원종 새 비서실장(뒤) 등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직이란 내게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다.”

‘공직의 달인’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74)의 공직론이다. 취임 1주일을 맞은 이 실장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서울시장과 3차례의 충북도지사, 박정희정부 당시 행정관과 노태우정부 내무행정비서관으로 청와대 근무 경험도 풍부하다. 전직인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까지 공직 생활만 50년이다.

이 실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남다른 진정성과 소통능력, 친화력을 높이 산다. 이 실장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취재해 온 한 기자는 “이 실장 밑에서 함께 일했던 7명이 차관으로 진출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만큼 바르고 투철한 공직자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중용된 이 실장이 “자기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귀를 열고 밑에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고 소통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특히 행정과 정책, 지역 현장에 대한 현안 파악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책적 대안과 해결책을 진정성 있게 건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남다른 공직 자세와 함께 강단(剛斷)도 있어 빠른 조직 장악력으로 참모진의 의견과 여론을 가감없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1주일 근무한 이 실장에 대해 ‘행정의 달인’ 답게 원만하고 조용한 일처리와 해박한 업무 역량으로 안팎에서 호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출근 첫 날인 지난 1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을 잘 보좌하자”, “베스트 비서로서 역할을 하자”고 당부하면서 ‘베스트 비서론’을 설파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첫 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수석실별로 업무보고를 받은 이 실장은 대체로 실무진의 보고에 차분히 귀를 기울이면서도 사안의 본질을 짚는 지시로 빠르게 업무를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보안’과 ‘기밀’을 중시하는 청와대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각 수석실별로 업무와 정보의 공유·소통을 강하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공직 생활 때도 현장 중심의 홍보와 소통으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홍보수석실에 “국민이 감동할 수 있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홍보를 하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3년 6월 서울시장 재직 때 수돗물 불신이 극에 달했을 당시 이 실장은 김영삼(YS) 대통령에게 직접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게 해 수돗물 파동을 한 순간에 가라 앉히기도 했다.

지하철 5호선 하저터널에 대한 봉괴사고 위험성이 서울시민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 당시인 1993년 8월. 한강 바닥 밑을 뚫고 지나가는 물줄기가 줄줄 흐르는 터널 공사 현장 요원들을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격려하게 만들어 위험 논쟁을 순식간에 불식시켰다.

이 실장은 ‘인생 네 멋대로 그려라. 리더를 꿈꾸는 젊인들에게’라는 자서전에서 “귀를 열고 듣는 것은 리더의 의무인 동시에 비밀스런 무기기 돼야 한다”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 지도자가 애로사항을 열심히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위로를 받고 절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고 설파했다. 이 실장은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소통을 누누히 강조했다.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당시 주변 사람들과 기자들은 나라를 위해 한번 더 중책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 나왔었다. 비록 70대 중반의 나이가 있지만 항상 열린 소통의 자세와 진지함, 현안에 대한 피드백, 남다른 공직 자세를 높이 샀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20여 개월 남은 지금이야말로 이 실장의 50년 공직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공직 책무’로 보여진다. 비서는 ‘말이 없다’고 한다. 소리나지 않게 ‘그림자 보필’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특히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누가 옆에서 ‘한 말씀’ 해 주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이 실장이 그동안 살아 온 인격과 지혜로 스스로 극복해 나가면서 대통령을 잘 보필해야 하는 외롭고도 힘든 중책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비서실장’이다. 어떤 평가를 받을지 국민들의 기대가 적지 않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하는 자리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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