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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공공기관 포럼] “평가의 역설 극복해야”…AI 혁신, 자율성 확대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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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6. 10. 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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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평가·주무부처 지침에 혁신 제약
AI 인력 감축 경계, 공공서비스 질 우선
‘제도적 위선’ 낙하산·임기 갈등 지적
공운위 개편에 현장 의견 반영 확대
제4회 공공기관 이노비전 포럼·사회적 가치경영 대상10
30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제4회 공공기관 이노비전 포럼·사회적 가치경영 대상'에서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가 주관·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공공 AX, 효율을 넘어 사회적 가치로-자율·책임·혁신, 공공기관의 새로운 균형'이라는 주제로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공공기관 혁신 모델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정재훈 기자
공공기관이 인공지능(AI) 전환을 통해 국민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면 기술 도입뿐 아니라 경영평가와 주무부처의 관리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공공기관에 혁신을 요구하면서도 평가와 지침으로 자율성을 제한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적 위선'과 '평가의 역설', 인력 감축 중심 개혁의 위험성까지 거론됐다.

30일 아시아투데이가 개최한 '제4회 공공기관 이노비전 포럼' 종합토론에서는 '공공 AX, 효율을 넘어 사회적 가치로'를 주제로 공공기관의 미래 역할과 정부의 지원 방식이 논의됐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언성 한국은행 감사, 김완희 가천대 경영대학원장,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 최현선 명지대 교수가 참석했다.

김언성 감사는 공공기관이 정부가 정한 정책을 집행하거나 문제가 발생한 뒤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은 공공기관이 매우 우수하다"며 "위험을 선제적으로 발견하고 대응하며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기관으로 변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화 적응형 조직에서 혁신 선도 조직으로, 서비스 제공자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자로 발전해야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AI 혁신이 비용 절감이나 구조조정으로 귀결되는 데 대한 경계도 나왔다. 김완희 원장은 "AI와 공공기관의 기능 개혁이라는 말이 나오면 구조조정과 인력 축소를 기대할 가능성이 많다"며 "그런 길로 가는 것은 파멸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미래 사회문제에 대응할 데이터와 전문인력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개혁의 틀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원숙연 교수는 기술 자체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데이터 개방을 가로막는 법적·제도적 장애를 개선해 민간기업의 활용을 지원하고, 공공기관이 성장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도로공사의 나들목 색깔 유도선을 사례로 들며 "고도화된 기술이 아니더라도 생활 속 안전과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가 혁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체감형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자율적 판단을 제약하는 운영체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현선 교수는 정부가 공공기관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자율적 운영에 필요한 권한은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최 교수는 "상당수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외에도 15개 안팎의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하며 "주무부처와 재정당국의 지침이 누적되는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을 보장하겠다는 제도적 취지와 실제 운영이 다르다는 것이다.

제4회 공공기관 이노비전 포럼·사회적 가치경영 대상1
30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제4회 공공기관 이노비전 포럼·사회적 가치경영 대상'에서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경영 대상 수상기관들이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가 주관·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공공 AX, 효율을 넘어 사회적 가치로-자율·책임·혁신, 공공기관의 새로운 균형'이라는 주제로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공공기관 혁신 모델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정재훈 기자
원 교수는 경영평가가 오히려 혁신을 억제할 수 있다는 '평가의 역설'을 제기했다. 매년 보고서 작성과 지표 관리에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유인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과연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었는지, 보고서를 위한 평가가 아니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가 주기 조정과 우수기관 평가 유예 등 유연한 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관장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적 위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원 교수는 제도가 내세우는 가치와 실제 운영 사이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과 임기 갈등을 거론했다.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연동하거나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도 안정적으로 일할 여건을 보장하는 등 제도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경영평가를 둘러싼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과도한 관여도 문제 삼았다. 경영평가를 전국체전에 비유하며 사정기관의 과도한 개입을 경기 도중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경기장에 난입하는 상황에 빗댔다. 이런 관여가 공공기관과 평가단을 경직시켜 성과 창출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개편 과정에 공공기관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최 교수는 "편람이나 지침을 실제로 실행하는 주체가 공공기관인데도 제도 설계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과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식 소통 채널이나 인력 파견을 통해 현장 의견을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운위의 제도 개선 과제로는 AI 전환에 따른 조직·인력 운영의 자율성 확대도 제시됐다. 김 감사는 "AI 활용이 특정 디지털 부서에 한정되지 않고 사업과 조직관리, 감사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도입으로 부서별 인력 수요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총정원 범위 등에서 조직 신설과 인력 재배치 권한을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정년 연장에 대비한 보수·직위체계 정비와 직무급 확대, 총인건비 지침 개선도 공운위의 과제로 꼽았다.

박진 교수는 종합토론을 마무리하며 공공기관이 국민의 요구를 정책 결정자에게 전달하고, 여러 부처의 정책과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주무부처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수단이다"라며 "주무부처의 정책 수단이기 이전에 국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공공기관의 미래 비전은 여러 부처의 서비스를 통합시키는 가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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