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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유족, 대법 판단에 분통 “노동자 죽음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노동계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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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6. 10. 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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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대책위 반발 “23명 죽음 가볍게 취급”
노동계 “중처법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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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아리셀 참사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아리셀해참사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하은 기자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화성 아리셀 참사 사건과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대법원이 징역 4년형을 확정했다. 재판에 참관해 법정에서 직접 선고를 들은 사고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재판부가 선고 주문만 낭독하고 이유 설명 없이 곧바로 자리를 뜬 것을 두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0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과 아리셀 법인에는 각각 징역 7년, 벌금 8억원이 확정됐다.

대법원의 판결에 유가족들과 아리셀대책위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책위는 이날 판결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 생명 안전 외면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 "10초 만에 도망판결, 대법원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법원과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분노했고, 일부는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벗어나 주저앉아 통곡하기도 했다.

송성영 아리셀대책위 공동대표는 "오늘, 23명의 죽음 앞에 다시 정의를 묻는다. 노동자의 생명과 유가족의 존엄을 이토록 가볍게 취급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사람이면 이렇게 판결을 할 수 없다. 역사가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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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대법원 판결 규탄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하은 기자
송 대표는 "이번 사건의 법리와 책임을 엄정하게 살펴 다시 한 번 정의를 실현하는 싸움에 나서겠다. 이것은 유가족만이 아닌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키려는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며 "23명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신하나 변호사는 재판부가 선고 주문만을 낭독하고 바로 퇴장한 것에 대해 "중처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은 사건인데, 이 사건에 대해서 대법원이 볼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가 겨우 이 정도인가"라며 "오늘 대법원의 태도는 굉장히 무례하다. 판결 설명 자료도 내용이 그다지 상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통상 중요 사건에서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작은 사건에 대해서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데, 너무 많은 노동자가 죽었고 중처법의 실질적 구동에 있어서 중요한 판결이기 때문에 이유를 설명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언론의 관심도 크고 유족들이 자리에 앉아서 법원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했기 때문에 예의상으로라도 설명할 줄 알았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중처법에 대한 사실상 위헌 판단"이라며 "법이라는 것이 그냥 있는 것만으로 작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적절한 판단을 내려 줘야 형벌로서의 효과가 발생을 하는 것인데, 효과에 대해서 거의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판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와 유가족협의회는 재판 소원까지 염두에 두고 향후 판결문을 받아 내용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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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대법원 판결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이하은 기자
노동계도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경영책임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고, 중처법의 입법 취지와 실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번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 경영책임자의 형량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기업들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떠한 가치로 인식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얼마나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러한 판결이 선례로 남아 기업의 책임 회피와 솜방망이 처벌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중대재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법부의 엄정한 법 집행과 실효성 있는 양형기준 적용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중처법을 우리 사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이라며 "법의 취지를 좁게 해석하고 책임의 무게를 크게 낮춘 판결을 그대로 확정함으로써 중처법의 실효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중처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판결과 법 해석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자의 생명보다 기업의 비용을 우선하는 구조를 바꾸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영 책임자에게 마땅한 책임을 묻는 중처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리셀 참사'는 2024년 6월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직원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후 조사에서 사고 당시 일부 대피문이 정규직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로 막혀 있었고, 대피 경로에 가벽이 세워져 있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장 측 대처에 비판이 일었다. 박순관 대표는 유해·위험 요인을 점검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해 9월 진행된 1심에서 이 사건 피고인 박순관 대표에 대해 중처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중처법 관련 사건 대부분이 재판에서 집행유예 혹은 징역 1~3년 정도의 형량이 나오던 시점에서, 이 판결이 중처법 판결의 중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대폭 감형된 4년의 형량이 확정되면서, 경영책임자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중처법은 또다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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