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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규정 준수자’서 ‘룰 메이킹’이 된 ‘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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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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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현
이철현 중기벤처기업부 차장
"이제 우리가 룰을 만드는 쪽으로 가는 거죠."

최근 화장품업계 관계자와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 이야기를 들어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게 바로 '규제'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시장마다 성분 기준과 표시·광고 규정이 달라 기업들은 변경된 제도를 따라가는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운 후에도 이 같은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제품은 한국이 만들었지만 시장의 규정은 대부분 타국이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서울에서 '글로벌 화장품 규제기관장 협의체(GCORAS)' 첫 회의를 가졌다. GCORAS는 한국이 주도해 만든 화장품 규제기관장 간 협력 플랫폼이다. 첫 회의에는 13개국 16개 기관이 참여했다. 한국은 참석국 만장일치로 의장국에 선출됐다. 상설사무국도 한국에 설치키로 했다.

이는 단순히 국제회의 하나를 서울에 유치해 개최한 것에 의미를 두기 어려운 근거이자 K뷰티의 위상이 '제품을 잘 만드는 산업'에서 글로벌 화장품 규제 논의에 참여하는 산업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는 시그널이다.

화장품 산업에서 규제는 곧 경쟁력이다. 어떤 원료를 쓸 수 있는지, 안전성 평가는 어떻게 하는지, 제품 효능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시장 진입 속도가 달라진다. 국가마다 규제가 다르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제적인 규제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 제도와 글로벌 기준 간 간극을 줄일 수 있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마주하는 장벽도 낮출 여지가 생긴다.

그동안 K뷰티의 성장은 주로 '제품'으로 대변됐다. 빠른 트렌드 대응과 독특한 제형, 합리적인 가격, 인디 브랜드의 약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규제와 표준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한국이 의장국이 됐다고 해서 국내 기준이 곧바로 글로벌 표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마다 산업 환경과 규제 체계가 다른 만큼 제도를 맞추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달라진 점은 있다. 과거에는 타국이 만든 규정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했는데 이제는 한국도 규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의 중심에 앉게 됐다는 점이다.

K뷰티는 그동안 타인들이 만든 시장의 규칙을 빠르게 읽고 적응하면서 성장했다. 이제는 제품을 넘어 규정을 만드는 단계로 향하고 있다.

'잘 만드는 나라에서 잘 파는 나라로, 다시 규칙을 만드는 나라로'. K뷰티의 달라진 위상은 이 문구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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