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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개선과 개악의 경계에 선 수사권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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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9. 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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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은 선의 적이다(Le mieux est l'ennemi du bien)."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거창한 명분을 쫓다가 '현재'를 망쳐버리는 어리석음을 경계했다. 무리한 완벽주의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였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70여년 만에 이뤄지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을 앞두고 수사 현장에 떠도는 공기는 개선을 향한 기대보단 개악에 대한 우려에 가깝다. 핵심은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존 경찰 수사 사이의 '모호한 경계'다.

다음 달 2일 출범하는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담당한다. 경찰은 6대 범죄 정황을 발견하면 중수청에 이를 통보해야 하고 중수청 역시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문제는 실제 적용의 기준이다. 어떤 사건을 어떤 기관이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가이드라인이 불명확하다. 겉보기엔 6대 중대범죄라는 기준이 중수청과 경찰의 수사 경계를 구분 짓는듯 하지만 실제 사건은 자로 잰 것처럼 깔끔하게 나눠떨어지지 않는다. 단순 사기나 뇌물 혐의로 시작된 수사에서 민생 범죄나 폭력, 횡령 등 또 다른 혐의가 복합적으로 얽혀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호한 경계는 수사 현장의 혼란을 야기한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실적과 직결되는 주요 사건의 경우 두 기관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관들의 과열된 주도권 경쟁은 불필요한 과잉·중복 수사로 이어지기 쉽다. 12·3 비상계엄 수사 당시 불분명한 수사 관할 탓에 피의자 수사를 놓고 과열 경쟁을 벌이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반대 상황도 문제다. 증거 확보가 까다롭고 책임 소재가 모호한 '고난도 사건'에서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일명 '사건 핑퐁'이다. 경찰은 기존에도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주요 정치인들의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건 핑퐁으로 수사가 지연되면 피해자는 피해를 복구할 '골든 타임'을 잃게 된다. 기관들의 눈치싸움이 생성해 낸 부작용을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선은 자연스레 내년 2월 출범할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로 쏠린다. 경찰과 중수청 사이 중복 수사를 방지하기 위한 기구다. 다만 이해 당사자 간의 협의체가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의 결과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이에 제3자나 상위 기관이 주도하는 협의 기구까지 제시되고 있다.

최선은 선의 적이다. 수사권 개혁의 궁극적인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이 제도 전환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를 떠안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형사사법체계 개혁이 시행되는 2026년이, 사법적 보호라는 국민의 마지노'선(線)'을 무너뜨린 원년으로 기록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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