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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오디세이’ 예매 대란인데 극장은 왜 표를 더 못 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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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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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영화 '오디세이'를 아이맥스(IMAX)로 보려고 예매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이구동성으로 표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1.43 대 1 화면비를 구현하는 CGV 용산 아이맥스, 이른바 '용아맥'의 좋은 좌석은 예매가 열리자마자 동이 난다. 예매 인파가 몰리면서 CGV 앱이 한때 접속 지연을 겪었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에 웃돈을 붙인 티켓까지 등장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보통 이런 경우 극장은 매진되는 영화를 한 회라도 더 상영할 유인이 있다. 그런데 오디세이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스크린쿼터제' 때문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영화상영관에 한국영화 상영의무를 부과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극장은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1 이상을 한국영화에 배정해야 한다. 365일 운영한다면 73일이다. 지난 8월 하순 기준 용산 아이맥스는 올해 한국영화 의무상영일 가운데 35일만 채워 연말까지 38일을 더 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디세이에 대한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극장이 수요에 맞춰 상영을 계속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표를 원하는 사람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극장도 더 많은 관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살 의사가 있는데 사지 못하고, 팔 의사가 있는데 팔지 못하는 '시장실패'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시장이 아니라 규제가 만든 초과수요다. 즉 '규제실패'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규제는 관객의 기대와 소비시점까지 바꾼다. 인기 영화가 충분한 기간 상영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관객은 "나중에 보면 된다"가 아니라 "지금 아니면 못 본다"고 생각한다. 수요는 개봉 초기에 더욱 몰리고, 원하는 시간과 좌석에서 영화를 볼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규제가 공급뿐 아니라 소비시점까지 왜곡하는 셈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듄' 개봉 당시에도 아이맥스로 영화를 보려는 관객이 많았지만, 스크린쿼터를 채우기 위해 용산 아이맥스에서 듄 대신 아이맥스용으로 제작되지 않은 한국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가 상영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희소한 특별관이 그 관람방식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영화가 아니라 의무상영일을 채우는 영화에 배정된 것이다.

스크린쿼터는 막대한 자본과 배급망을 가진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을 장악하면 한국영화가 관객을 만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국내 영화에 일정한 상영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화적 다양성이나 국내 영화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목적을 인정한다고 해서 현재의 규제방식까지 그대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스크린쿼터가 만들어진 시대와 오늘의 영화산업은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스크린 자체가 더 이상 동질적인 상품이 아니다. 일반관과 아이맥스, 4DX, 돌비시네마는 가격만 다른 좌석이 아니라 전혀 다른 관람경험을 제공한다. 오디세이는 아예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관객에게 오디세이를 일반관에서 보는 것과 아이맥스에서 보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같은 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 아이맥스로 제작되지 않은 한국영화도 아이맥스관에서 상영하면 의무상영일을 채울 수 있는 반면, 아이맥스 관람 수요가 아무리 높은 외국영화라도 쿼터를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극장은 희소한 특별관을 관객의 선호가 아니라 규제 요건에 맞춰 배분해야 하고, 관객은 자신이 원하는 관람방식을 포기해야 한다.

영화를 소비하는 환경도 변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 같은 OTT와 VOD 등 새로운 유통채널이 등장하면서 콘텐츠를 접하는 방법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오히려 극장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에서 아이맥스나 4DX처럼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특정 물리적 스크린에 일률적으로 국적별 상영일수를 강제하는 방식이 여전히 최선의 문화정책 수단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규제는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교정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규제 역시 실패할 수 있다. 시장과 기술은 바뀌었는데 과거의 시장을 전제로 만든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법이 오히려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한다. 좋은 법은 한번 만들어 놓고 변하지 않는 법이 아니다. 목적이 여전히 타당하더라도 수단은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조정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오디세이를 보기 위해 웃돈까지 지불하고 있다. 시장은 변했는데 법만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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