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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KBO로 효과보던 티빙, 지금 필요한 건 콘텐츠 보다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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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6. 06.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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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휘말렸다./티빙
김영진
김영진 산업1부 기자
최근 티빙의 성장은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이 사실상 넷플릭스 독주 체제가 이어진 가운데 토종 OTT가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여준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단순한 보안 이슈를 넘어 국내 OTT 산업 전체에도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5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81만8314명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쿠팡플레이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전월 대비 MAU가 14.4% 증가하며 국내 주요 OTT 가운데 유일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죠. KBO 리그 중계 효과와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이 맞물린 성과였습니다. 특히 티빙은 KBO 리그 중계를 통해 콘텐츠 한 편의 흥행 여부에 의존하기보단 꾸준한 이용자 유입 구조를 만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티빙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단순히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아닌 CI(Connecting Information·연계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입니다.

CI는 개인정보보호 업계에서는 매우 민감한 정보로 분류됩니다. CI는 본인인증 과정에서 생성되는 개인 식별값으로 여러 서비스에서 동일인을 식별하는 데 활용됩니다. 주민등록번호와는 다르지만 사실상 개인을 지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고유 키 역할을 하죠. 비밀번호는 변경할 수 있고 전화번호도 바꿀 수 있지만 CI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 유출되면 이용자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이번 사고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민관합동조사단까지 구성해 조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해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도 CI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당국이 부과한 관련 과태료는 1000만원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주민등록번호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민감 정보를 취급하면서도, 사고 발생 시 기업이 짊어지는 제재의 무게는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여기에 인증이 완료된 시점 이후에도 기업이 영구적으로 CI를 보관하도록 두는 것이 맞는지, 일회성 식별 코드로의 전환은 불가능한지 당국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OTT 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력과 글로벌 가입자를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유튜브는 사실상 모든 연령층의 시간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은 KBO와 국내 콘텐츠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며 몇 안 되는 토종 OTT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더욱 아쉽습니다. 어렵게 만든 성장 모멘텀이 콘텐츠 경쟁력이 아닌 보안 문제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OTT 경쟁은 결국 이용자의 시간을 확보하는 싸움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이용자의 신뢰입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와 중계권을 확보해도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맡기기 불안하다고 느끼는 순간 플랫폼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티빙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단순한 사후 수습을 넘어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재발 방지 대책, 나아가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이용자에 대한 책임이자, 국내 OTT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것입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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