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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푸드 다음은 K-그린바이오, 향후 100년의 미래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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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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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호 한국바이오협회 미래식품산업협의회 회장(씨위드 대표)= 오늘날 미국이 세계 콩 시장을 쥐게 된 출발점은 한반도였다. 1929년 미국 농무부의 콩 원정대는 동양에서 콩 종자 4578점을 수집했는데, 그중 73.8%인 3379점을 우리 땅에서 가져갔다. 1901년부터 1976년까지 한국에서 수집해 간 재래종 콩만 5496종에 이른다. 오늘날 미국이 재배하는 대두의 90%가 그렇게 가져간 아시아 종자를 개량한 것이고, 그 종자가 미국을 세계 최대 콩 생산국이자 콩 특허 보유국으로 만들었다. 콩의 고향은 우리였지만, 콩 산업의 주인은 남이 됐다.

지금 똑같은 일이 한 번 더 벌어지려 한다. 이번엔 콩이 아니라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이다. 그린바이오는 생명공학으로 농업과 먹거리의 생산 방식을 바꾸는 산업을 통칭한다. 동물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세포배양식품, 미생물 발효로 단백질을 빚어내는 정밀발효가 모두 그 안에 포함된다. 토지와 가축에 기대지 않고도 단백질을 생산하는 차세대 농업, 그것이 그린바이오다.

◇AI 시대, 농업은 더 흔들린다
농민들은 요즘 한 없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한 해의 흉작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 의해서 발생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위기가 농업을 양쪽에서 압박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작황은 해마다 출렁여, 한 해 풍년이 이듬해 흉년으로 뒤집히는 일이 일상이 됐다.

여기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더해진다. 바로 AI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빨아들이면서 에너지값이 뛰고 있다. AI가 끌어올린 에너지 가격은 곧장 비료값으로, 농기계 연료비로, 냉장·유통 비용으로 전가된다. 더불어 농촌 자체가 비어간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인구가 빠져나가, 농사를 이어갈 사람 자체가 줄고 있다. 저가 수입육과 수입 곡물은 끊임없이 밀려들어 농가 채산성을 압박한다. 농민이 아무리 성실해도 기후·에너지·국제 가격 앞에서 소득이 흔들리는 구조, 이것이 본질이다.

그린바이오와 세포배양식품은 이 구조에 해결책을 줄 수 있다. 토지가 줄고 비료가 끊겨도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 기후에 덜 흔들리는 작물, 농업 원료에 새 수요를 만드는 산업. 농민을 구조적 불안에서 끌어내는 출구가 바로 여기 있다.

◇총칼 없는 전쟁, 지금 대비하는 나라가 100년을 가져간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단백질을 둘러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무기는 탄소다. 유럽은 2025년부터 공급망 전체 탄소(Scope 3) 공시를 의무화했고, 미국·일본·싱가포르가 뒤따른다. 소고기는 전 세계 육류 소비의 10~15%에 불과하지만 축산 탄소 배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1kg을 생산하는 데 32kg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돼지·닭의 16~30배다. 글로벌 식품·외식 기업의 탄소 배출 중 30~40%가 바로 이 소고기에서 나온다. 탄소세와 공시 의무가 조여올수록, 소고기에 매겨지는 비용은 무거워진다. 사료 개선·메탄 억제를 다 해도 기존 축산이 줄일 수 있는 탄소는 30%가 한계지만, 같은 단백질을 세포배양식품으로 만들면 95%까지 줄어든다. 이 흐름에서 전통 축산은 홀로 살아남기 어렵다. 탄소를 무기로 한 비관세 장벽 앞에서, 소고기를 대체할 기술을 쥐지 못한 나라는 식탁을 지킬 수 없다.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식품 시판을 승인한 뒤, 식품안전청이 자국 생산시설에 3천만 달러 넘게 직접 투자했다. 이스라엘은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얹고 생산 확장 자금을 댄다. 미국과 유럽은 탄소 규제로 시장을 먼저 만들고, 맥도날드·버거킹·네슬레 같은 글로벌 기업이 2030년 도입을 목표로 세포배양식품 기업과 공동개발·투자에 들어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 산업을 "벤처가 알아서 크는 분야"로 두지 않고, 정부가 제도·자본·시장을 함께 깔아 국가 전략으로 끌고 간다.

판이 큰 만큼 전쟁의 보상도 크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은 소고기 세포배양식품 시장만으로도 2030년 약 15억 달러, 2040년 약 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린바이오·정밀발효까지 더하면 판은 훨씬 커진다. K-푸드의 지난 10년이 라면·김밥·만두였다면, 다음 10년의 수출 엔진은 '한국 기술로 만든 단백질'이다. 이 산업은 종자·미생물·발효·세포배양·식품가공·바이오리액터 제조에 이르는 긴 가치사슬을 가져, 농가부터 첨단 제조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농식품의 부가가치를 한 자릿수 끝에서 두 자릿수 앞으로 옮기는,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다.

◇한국은 제도를 세계 최초로 깔고, 정작 비워뒀다
문제는 한국이 이 싸움에서 뒤로 밀려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K-바이오 인프라와 K-푸드 브랜드, ICT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짚어야 할 것은, 우리가 제도만큼은 세계에 앞서 깔았다는 사실이다. 식약처는 세포배양식품을 식품 원료로 인정하는 제도를 세계에서 손꼽히게 빠르게 마련했다. 기술이 제도를 기다리느라 멈추는 다른 분야와 달리, 규제 당국이 먼저 길을 열어준 것이다. 식약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식품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세포배양식품 규제 간담회를 몇 년째 분기마다 이어오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본분을 지키면서도 신산업에 손을 내민 행정으로, 진심으로 감사할 성과다.

하지만 그 길 위를 달리는 회사가 없다. 허가받아 시장에 나온 제품이 없고, 앞장섰던 세포배양식품 회사들은 지금 줄줄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 있다. 미래식품산업협의회 회장사로서 매주 듣는 말은 한결같다.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도를 세계 최초로 깔아놓고 그 위에 산업을 세우지 못하면, 우리가 만든 길을 남이 달리게 된다.

부족한 건 그 패를 산업으로 키울 국가의 의지와 자본이었다. 지금 대비하는 나라가 앞으로 100년의 식탁을 가져간다. 이 패를 쥐고도 전쟁에 나서지 않는 건, 너무 아깝다.

◇그린바이오 선두 할 수 있는 기회의 땅 대한민국
정부가 메워야 할 세 가지를 짚는다. 첫째, 자본이다. 그린바이오에 국가 전략 펀드를 매칭해야 한다. 정부가 출범시킨 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투자 대상에서 세포배양식품·정밀발효·그린바이오는 사실상 빠져 있다. 바이오 투자가 CDMO와 백신에 쏠려 있는 사이, 농식품과 바이오의 교집합인 이 분야는 마중물 한 방울을 받지 못한다. 싱가포르·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기업에 직접 자금을 대는 지금, 그린바이오를 별도 트랙으로 떼어 대규모 국가 펀드를 매칭해야 한다. 자본이 없으면 세계 최고의 기술도 폐업으로 끝난다.

둘째, 신속한 승인이다. 새 식품이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식약처의 노고는 분명하지만, 규제 당국이 진흥의 역할까지 맡기는 어렵다. 안전성을 한꺼번에 완벽히 입증한 뒤에야 시장에 나오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매출 없이 검증 비용만 쌓다 먼저 쓰러진다. 정해진 범위와 조건 안에서 시범 판매를 허용하면, 안전성을 단계적으로 확인하면서 동시에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 안전을 지키는 목적은 그대로 두되, 한 번에 모든 문을 통과해야 시장에 닿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문부터 단계적으로 여는 소프트랜딩이 필요하다. 싱가포르가 고급 레스토랑의 한정 판매로 첫발을 떼게 한 것처럼, 우리도 통제된 환경에서 소비자와 만날 기회를 먼저 열어줘야한다.

셋째, 시장이다. 탄소 크레딧을 선제적으로 제도화해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전기차가 보조금과 탄소·환경 혜택으로 시장을 연 것처럼, 그린바이오·세포배양식품에도 그런 마중물이 필요하다. 핵심은 탄소 크레딧이다. 저탄소로 생산한 단백질의 탄소 감축분을 정부가 먼저 평가해 크레딧으로 발급하면, 국산 그린바이오 식품이 수입육·수입 단백질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 공공조달도 이 위에서 설계해야 한다. 저탄소 급식이라는 명분으로 탄소 크레딧을 적용해 합리적 단가로 공급하는 것이다. 국민도 마트에서 탄소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품 패키지에 그 가치를 표시하게 하자. 시장이 있어야 자본이 들어오고, 자본이 들어와야 산업이 살아난다.

이 셋은 한 부처가 풀 수 없다. 자본은 기재부, 승인은 식약처, 시장은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흩어져 있고, 세포배양식품 하나를 농식품부는 식품으로, 산업부는 제조업으로, 과기부는 R&D로 나눠 본다. 그래서 청와대 정책실이 직접 좌장을 맡는 그린바이오·푸드테크 부처 합동 추진단이 필요하다. 기업이 같은 보고서를 네 번 쓰는 비효율이 사라지고, 흩어진 자본·규제·시장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며, 농림축산식품부에 비로소 '우리 미래 전략산업'이라 부를 깃발이 생긴다.

세포배양식품과 그린바이오를 밀어주는 일은 농민의 소득을 지키고 국민의 식탁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제도를 세계 최초로 깔고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운 나라다. 그 길을 비워두면 손해 보는 쪽은 농민과 국민이다.

미국과 유럽이 이 산업을 전략으로 본 이유는 분명하다. 다음 100년에 식량을 무기로 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다. 한 세기 전 콩 종자를 내주고 콩 산업의 주인 자리를 넘겼던 일을, 단백질 기술에서 되풀이할 수는 없다. 골든타임은 길어야 몇 년이고,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가 미래 식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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