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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조정안 받아든 SKT… ‘해킹 수습’ 경영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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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11. 04. 17:26

분쟁조정위, SKT에 1인 30만원 손해배상 지급 결정
SKT "면밀히 검토 후 결정", 정재헌 CEO 판단에 이목
줄이은 소송 및 수익성 악화 부담에 수용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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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4월 28일, 서울 종로구 T월드 직영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대기하는 모습./박성일 기자
SK텔레콤 사령탑에 오른 정재헌 CEO가 당면한 첫 번째 과제로 유심 해킹 사고 수습이 꼽힌다. 23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각종 법률적 리스크를 마주한 탓이다. 이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13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은 데다 정부와 법무법인 등을 통한 집단분쟁조정 신청건도 다수다. 중장기적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회사 안팎에선 법률적 전문성을 갖춘 정 CEO의 리스크 관리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개인정보위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는 앞서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된 분쟁조정신청건에 대해 신청인들을 대상으로 각 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조정안을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분쟁조정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총 3998명(집단분쟁 3건 3267명, 개인신청 731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 규모는 약 12억원이다. 분쟁조정위는 SK텔레콤이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 25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가입자들이 정신적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했다. SK텔레콤 측은 "사고 수습 및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보상 노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며 "조정안 수락 여부는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쟁조정위의 결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신청인들이나 SK텔레콤 어느 한 쪽이라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사건은 종료된다. 다만 SK텔레콤의 셈법은 복잡하다. 손해배상금 규모가 크진 않지만, 조정안을 수용하면 현재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당수의 손해배상 소송 등에 대한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유심 해킹 사고 이후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연달은 배상이 이뤄질 경우 한동안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반대로 미수용시 부정적 여론 확산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업계 시선은 지난달 30일부터 SK텔레콤 지휘봉을 잡게 된 정재헌 CEO의 행보로 향한다. 특히 이번 조정안은 정 CEO 선임 이후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한 첫 손해배상 결정 사례란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정 CEO는 사법연수원 29기로 사법연수원 교수,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치며 20년간 법조계에 몸 담았던 법률 전문가다. CEO 선임을 두고 유심 해킹 사고 등에 따른 법률적 리스크 대응 차원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에도 개인정보위로부터 약 134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 불복 소송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원 산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역시 유심 해킹 사고에 관한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했고, 다수의 법무법인도 피해자들의 수임을 받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같은 차원에서 정 CEO가 이번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5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추진 중인데다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혁신안을 수립하면서 비용 지출 부담이 커진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에는 사상 첫 분기 적자까지 겪었다. 정 CEO 역시 전날 'SK AI 서밋'에서 기자들과 만나 흑자전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 CEO가 해킹 사태를 수습할 구원투수격으로 투입된 점을 미뤄보면 사실상 수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리스크 대응 능력이 시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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