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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물, 다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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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0. 27. 13:56

간송미술관 '보화비장'展
국보·보물 포함 유물 40점 공개
민영익, 오세창, 갯즈비 등 7인 수장가 컬렉션 한눈에
광복 80주년 기념, 노수현의 '무궁화'도 함께 전시
8.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 간송미술문화재단
국보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간송미술문화재단
간송 전형필(1906~1962)이 7인의 수장가에게서 인수한 진귀한 컬렉션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간송미술관 가을 기획전 '보화비장: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은 국보 4건, 보물 4건을 포함한 총 26건 40점의 명품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간송이 수집한 유물 속에 드러난 7인의 근대 수장가들의 탁월한 안목과 미술품 수장 문화의 역사를 조명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영국인 수장가 존 갯즈비(John Gadsby)가 수집했던 고려청자다. 간송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갯즈비의 컬렉션을 인수해 고국으로 들여왔으며, 이 중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을 비롯한 4점은 국보, 3점은 보물로 지정됐다.

갯즈비의 컬렉션 외에도 송은 이병직이 소장했던 추사 김정희의 절필작 '대팽고회'(보물)가 이번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남긴 예서 대련 작품으로, 추사체의 완숙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간송 컬렉션을 형성한 '또 하나의 층위', 즉 간송이 선별한 당대 수장가들의 컬렉션에 주목한다. 전시에는 운미 민영익, 위창 오세창, 석정 안종원, 송우 김재수, 희당 윤희중, 송은 이병직, 존 갯즈비 등 총 7인의 수장가들이 소개된다.

각 수장가의 컬렉션은 도자, 서화, 고문서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되며, 1층과 2층 전시실에 나뉘어 각자의 수장 성향과 시대적 배경을 보여준다. 특히 오세창의 '천죽재 컬렉션'에서는 김홍도의 '단원산수일품첩', 겸재 정선의 '금강산 팔폭' 일부 족자가 공개되어 한국 진경산수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보물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의 절필작 '대팽고회'<YONHAP NO-3463>
간송미술관 가을 기획전 '보화비장: 간송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 전경. /연합뉴스
15. 노수현-무궁화 ⓒ간송미술문화재단
노수현의 '무궁화'. /간송미술문화재단
간송 전형필이 활동하던 1930~1940년대는 근대 고미술 시장의 형성기였다. 전람회, 경매 등을 통해 미술품이 활발히 유통되며, 수장가들은 각자의 '안목'으로 고미술 수집에 나섰다. 이번 전시는 그들이 선택한 문화재가 어떻게 간송의 기준에 부합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장문화사'의 귀중한 사료다.

전시를 기획한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간송이 민족의 정수라 여긴 작품을 어떤 안목으로 선별했는지를 근대 수장가들의 시선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전시"라며 "2026년 간송 탄생 120주년을 앞두고 그가 이룬 컬렉션의 형성과정을 되짚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기리는 헌화의 의미도 담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심산 노수현이 간송에게 선물한 '무궁화' 그림이 전시된다. 작품 속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구절은 간송이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우리 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문화보국' 정신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16. 간송 전형필 도자기 확인 사진
간송 전형필. /간송미술문화재단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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