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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10명 버틴 제주 꺾고 승격 첫해 1부리그 3연승…8위 도약으로 파이널A 경쟁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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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9. 15. 07:48

제주 송주훈 선제골에도 유인수 퇴장으로 수적 열세, 안양 야고 동점 이어 유키치 결승골…극적 역전승 완성
유병훈 “파이널A가 목표…서울전 발언이 자극 됐다”, 김학범 “팬들께 죄송, 매 경기 마지막처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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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으로 물든 안양 홈 팬들의 응원 물결.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안양종합운동장의 밤공기는 끝까지 식지 않았다. FC안양이 수적 우위를 놓치지 않고 경기를 뒤집으며 승격 첫해의 상징적 이정표를 세웠다.

14일 하나은행 K리그1 2025 29라운드 홈 경기에서 안양은 제주SK를 2-1로 꺾고 구단의 1부리그 첫 3연승을 완성했다. 전반 14분 센터백 송주훈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전반 36분 야고의 동점골과 후반 36분 유키치의 결승골이 연달아 터지며 '보랏빛' 역전극을 완성했다.

승점 36(11승3무15패)에 도달한 안양은 울산 HD(35점)를 밀어내고 8위로 뛰어올랐고, 최근 6경기 무승(2무4패)의 제주는 승점 31로 11위에 머물렀다.

안양은 주포 모따, 중원 사령관 김정현, 베테랑 풀백 이태희가 경고 누적으로 빠진 악재 속에서도 김운?한가람?강지훈을 전면 배치해 공백을 메웠다. 제주 역시 최전방 결정력을 책임져온 유리 조나탄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남태희?오재혁을 앞세운 제로톱 성향의 조합으로 맞섰다.

초반 기세는 원정팀이 올렸다. 세트피스 세컨드볼 장면에서 오재혁의 연결을 받은 송주훈이 왼발로 정확히 마무리하며 제주가 선제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반 23분께, 유인수가 야고와의 경합에서 팔꿈치가 얼굴 부위에 닿는 장면으로 경고를 받았다가 주심의 온필드 리뷰를 거쳐 퇴장으로 정정되면서 경기는 급격히 안양 쪽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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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 판정 직후 주심에게 항의하는 제주 유인수. /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적 우위를 등에 업은 안양은 라인을 끌어올리고 폭을 넓혀 측면에서 파고들었다. 균형은 전반 36분 맞춰졌다. 김동진의 크로스 이후 문전이 어수선해진 틈을 타 토마스가 오른발로 때린 슛이 야고의 다리를 스치며 골망을 갈랐다. 장내 안내는 한때 토마스의 득점으로 고지됐으나 공식 기록은 야고의 시즌 4호로 정리됐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또 한 번의 굴곡이 있었다. 제주 김륜성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가, 온필드 리뷰 끝에 선언이 취소되며 전반은 1-1로 닫혔다.

후반은 안양의 일방적 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1분과 8분, 김운의 슈팅이 연거푸 골문을 벗어나며 탄식이 터졌고, 후반 15분 프리킥 상황에서 한가람의 다이빙 헤더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로 무산됐다.

벤치는 높이와 세컨드볼 싸움을 동시에 노리는 과감한 조정을 감행했다. 유병훈 감독은 하프타임에 문성우 대신 올여름 영입한 크로아티아 윙어 유키치를 투입했고, 후반 29분에는 원톱 김운을 내리고 장신 수비수 김영찬을 최전방에 세우는 변칙 카드를 꺼냈다.

반복되는 크로스와 즉시 압박으로 제주 수비에 피로를 누적시키던 안양은 결국 해답을 찾았다. 후반 36분, 마테우스의 침투 패스로 만든 1대1 상황에서 유키치의 첫 슈팅은 김동준의 선방에 막혔으나, 튀어나온 공을 재차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K리그 데뷔 5경기 만의 마수걸이가 곧 결승골이었다.

제주는 라인을 더 낮추고 신상은 재교체, 이탈로의 전진 배치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마무리 한 방이 끝내 따라붙지 못했다. 종료 직전 남태희의 결정적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스치며 승점은 안양의 것이 됐다.

경기 내용의 결을 가른 건 구조적 선택과 실행력이었다. 제주의 제로톱 성향이 자연스레 중원을 좁히자, 안양은 야고?마테우스로 하프스페이스를 찢고 김동진?강지훈의 폭을 최대화해 크로스·컷백 루트를 반복했다. 수적 우세 이후에는 전방과 2선의 즉시 압박이 완성도를 더했다. 세컨드볼 회수와 재공격의 순환이 끊기지 않자, 유키치 같은 침투형 자원이 결정적 찬스를 연쇄적으로 맞았다. 반면 제주는 블록 전환 이후 첫 탈압박의 질과 전환 주자의 질주가 연결되지 못해 역습의 이빨이 무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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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역전승 소감을 밝히는 안양 유병훈 감독.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승리의 온도는 뜨거웠지만, 과제도 분명했다. 무엇보다 결정력의 기복이다. 안양은 후반 초반 절호의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고도 마무리에서 번번이 고개를 떨궜다. 유병훈 감독은 "감독으로서 화가 나기보다 선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먼저 생각한다. 개인 훈련 등으로 심리적 부담을 덜어 빠르게 득점 흐름을 찾게 돕겠다. 그래야 모따와의 시너지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가 중앙으로 몰리는 성향을 이용해 측면 공략을 준비했고, 수적 우위 이후에는 전방 압박과 즉시 압박으로 실수를 유발한 게 주효했다. 3연승을 했어도 아직 이룬 건 없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승점을 계속 쌓겠다"고 강조했다.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파이널A(톱6) 진입에 욕심이 있다. 차분히 준비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FC서울과의 라이벌 맥락도 숨기지 않았다. "서울전 전에 들었던 '생각대로 다 되면 그 순위에 있겠느냐'는 발언은 동기부여가 됐다. 서울을 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그렇지만 우선은 6강 진입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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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패배 소감을 전하는 제주 김학범 감독.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패장 김학범 감독은 책임을 자청했다. "팬들을 웃지 못하게 해 죄송하다. 선수들은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된다. 유인수의 퇴장은 안타깝다. 10명이더라도 지역 방어로 버틸 수 있다고 봤지만 부족했다. 매 경기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막판 신상은 재교체에 대해선 "순간적인 대시가 많아 지친 판단이었고, 높이 싸움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안양은 야고(전반 36분), 유키치(후반 36분)의 득점으로 승점을 36까지 끌어올려 8위로 도약했고, 울산 HD는 35점으로 9위가 됐다. 제주는 여섯 경기째 승리를 놓치며 11위. 정규라운드 마감까지 4경기, '파이널A' 마지노선인 6위 강원FC(41점)와의 격차는 5점이다. 다음 라운드(21일) 안양은 울산과 맞붙는다. 3연승으로 가능성을 증명한 팀이 진짜 목표를 현실로 바꾸려면, 오늘 드러난 결정력의 미세 떨림을 다듬고 모따?유키치?야고로 이어지는 전방의 케미스트리를 조기에 확립해야 한다. 승격 첫해의 3연승은 더 이상 '우연'의 미담이 아니다. 안양은 이제 현실적인 '목표'를 말하기 시작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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