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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밑돈 세제 개편안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린 상황에서도 이들 금융그룹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반기 10조원이 넘는 역대급 순익을 기록한 만큼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소득공제와 조건부 비과세 혜택까지 제공하는 우리사주에 대한 임직원들의 선호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 수(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 합산)는 5943만106주로, 작년 말보다 약 400만주 줄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도 8.56%에서 8.0%로 하락했다. 우리사주는 회사 직원들이 조합을 통해 자사 주식을 취득하는 제도다.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에 대한 근로 의욕을 높이는 촉진제 역할을 해왔다. 우리금융은 우리사주 매입 직원에게 매입 금액에 비례한 지원금을 지급하며 자사주 취득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우리금융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도 배경에는 상반기 주가 급등으로 인한 시세 차익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인수 추진과 주주환원 강화, 새정부 출범 기대감에 힘입어 우리금융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올 초 대비 상반기 말 기준 주가 상승률은 46.8%로, 하나금융(5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여기에 과거 우리금융의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사주를 취득했던 행원들의 퇴직도 영향을 줬다. 의무보유 기간이 지나 우리사주를 들고 있는 행원은 퇴직 시 우리사주조합 계정에서 개인 계정으로 주식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은 2014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바 있다. 총 7차례(콜옵션 제외)에 걸쳐 취득한 물량만 6000만주에 달한다. 평균 매입 단가가 약 1만20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 수익률은 8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대장주 KB금융 임직원들은 반대로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 같은 기간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의 보유 주식 수는 945만4097주로, 155만주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그룹 중 최초로 순익 5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6조원 달성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고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4월 3년 만에 자사주 매입자금 대출 신청을 진행한 것도 매입이 늘어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금융도 직원 복지 차원에서 우리사주 매입 직원에게 연 최대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금융에선 매도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룹 맏형인 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 노사 합의로 월급의 6~10%를 의무적으로 우리사주 매입에 쓰도록 했지만, 작년 1월 이 의무를 폐지하면서 우리사주조합 보유 주식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다만 자사주 소각 중심의 밸류업 정책으로 총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조합 지분율은 5.07%로 오히려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 중 조합 지분율이 가장 낮았지만, 최근 경영진의 책임경영 기조 하에 직원들의 자발적 매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