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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그래픽 = 박종규 기자 |
11일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택배기사 1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택배 운송 서비스 종사자 근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쿠팡의 배송 자회사 CLS의 '주 5일 이하' 근무자는 62%에 달했다. 반면 컬리넥스트마일(5%), 롯데글로벌로지스(4%), 한진(1.5%), CJ대한통운(1.5%), 로젠택배(1%) 등 대부분의 업체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월 5일 이상 휴무를 갖는 기사 비율 역시 쿠팡이 66.7%로 가장 높았고, 컬리(20.8%), CJ대한통운(11.5%), 로젠택배(8%)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월 8일 이상 휴무' 응답은 쿠팡이 49.7%였던 반면, CJ대한통운은 0%로 단 한 명도 없었다.컬리는 5%, 롯데·로젠택배는 3%, 한진은 2.5%에 불과했다.
이러한 근무 여건 차이의 배경으로는 택배사들의 주 7일 배송 확대가 꼽힌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등은 올해부터 소비자 편익을 명분으로 주 7일 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충원이나 시스템 개선 없이 기존 기사들에게 업무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3~4인 1조로 특정 구역을 담당하던 팀에서 주말 배송 물량을 1명에게 몰아주는 관행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해당 기사는 주 7일 연속 근무를 하게 될 뿐만 아니라 배송 구역이 2~4배로 넓어져 이동 거리는 늘고 수익성은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실제로 20일 연속 근무한 택배기사가 있는가 하면, 이달 초에는 5일간 3명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연이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10일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주 5일 근무제 확대 원칙에 합의했음에도 현장 기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날 택배기사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쉬는 동안 누가 일을 대신해주나", "쿠팡처럼 평일에도 대체 인력을 투입했으면 한다" 등 협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 가운데 쿠팡의 백업 인력 시스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CLS는 택배 대리점과 계약 시 백업 기사를 의무적으로 두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정규 기사가 휴무를 가져도 물량 공백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 덕분에 CLS 기사들은 안정적인 주 5일 근무가 가능하며, 월 30만 원가량의 비용을 들여 개인적으로 용차를 구해야만 휴가를 갈 수 있었던 업계의 오랜 관행도 사라졌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주 7일 배송이 소비자 편익은 물론 산업 지속가능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기사 보호'라고 강조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구조적 대응이 가능하다면 주 7일 배송은 소비자 편익은 물론 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함께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근로자의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순환근무 체계와 탄력적인 인력 운영을 통한 보완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