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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순방 트럼프에 패싱당한 이스라엘, 외교적 입지 흔들…당혹 속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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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5. 15. 10:48

미국을 최우방국이라고 여기는 이스라엘 방문 않고 카타르·시리아와 관계 강화
로이터 "트럼프, 이란과 외교·예멘 내전 중단 보다 수익성 높은 거래에 더 집중"
USA-TRUMP/GULF-ISRAE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4월 7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 잇따라 발표한 조치들이 미국을 최우방국으로 여겨온 이스라엘의 외교적 입지를 흔들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당혹감 속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외교나 예멘 내전 중단보다 중동 국가들과의 수익성 높은 거래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특히 카타르와의 관계 강화는 카타르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해 온 국가로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비판해 왔던 점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로서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집권 이후 첫 공식 해외 순방 일정으로 지난 1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잇달아 방문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방문 시작 전부터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에 나서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에 우려를 표해왔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예멘 내 공습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은 이스라엘의 불만을 더 키웠다.

또한 미국이 가자지구에 억류 중이던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 인질 에단 알렉산더 석방을 위해 하마스와 협상에 나서는 동안 이스라엘은 이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리아 제재 해제와 시리아 신정부와의 관계 정상화를 언급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사실상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정권과의 관계 수복 시도로 간주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금이 갔다는 지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국가들과의 긴밀한 관계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일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금까지 알렉산더 석방에 대한 감사 인사 외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심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 시도가 좌절된 가운데,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이스라엘 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우파 성향의 일간 '이스라엘 하욤' 논설위원 요아브 리모르는 "중동이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일련의 회담과 합의를 통해 재편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그저 방관자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완전한 패퇴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18개월 넘게 전쟁에 지친 일반 여론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강경파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미·이스라엘 관계가 여전히 굳건하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피로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네타냐후가 하마스와의 휴전 및 인질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원하고,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해서도 뚜렷한 지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2주간의 흐름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 전통적으로 긴밀했던 정치·안보 협력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너선 패니코프 전 미국 국가정보국 중동 담당 부국장은 "분명한 우선순위의 괴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패니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거래와 투자에 집중된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고 있다"며 "만약 기존의 정치적·안보적 사안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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