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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미아동 흉기난동 사건 발생으로 무고한 시민이 또 목숨을 잃었다.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며 자진 신고한 김성진(32)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김씨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과연 재판부가 사형 선고를 입 밖에 꺼낼 수 있을까.
김씨처럼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상동기 범죄가 빈발하고 있지만 재판부가 사형 선고를 주저할 것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우리 법원이 가장 마지막으로 사형 선고를 확정한 사형수는 육군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으로, 사건 발생 2년 만인 지난 2016년 선고가 확정됐다. 실제 사형 집행은 1997년 흉악범 23명에 대한 집행이 마지막이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실제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니 재판부가 아무리 사형 선고를 내려도 결국 집행 없는 판결로 이어져 그 권위 자체가 굉장히 우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1심에서 종종 사형선고가 나오지만,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판결이 뒤집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형제를 형벌의 한 종류로 인정하고,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정 인간의 생명권을 타인의 생명권 보호나 중대한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형제 선고를 망설였고, 새로운 헌법소원 제기로 사형제 존폐를 다투는 심리가 또 다시 시작됐다.
대만은 지난해 9월 사형제 합헌 판결을 내린 뒤 올해 초 강간·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던 범죄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신속한 결단으로 흉악범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인권단체의 반발에도,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흉악범에게 정당한 처분을 내린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25년 기준 국내 사형수는 59명으로, 이들이 목숨을 빼앗은 피해자 수는 207명에 달한다. 사형수 1인당 연간 약 3000만원 규모의 예산이 소요된다. 연간 약 17억원이 넘는 수용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타인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간 범죄자가 국민 혈세까지 축내는 셈이다. 사형 받아 마땅하지만 무기징역이 선고된 범죄자들에 대한 수용비까지 감안하면 그 금액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흉악범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있지만, 범지자들은 반성의 기색조차 없어 보인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 40대 가장을 살해한 이른바 '일본도 살인사건' 유족들은 재판부에 눈물을 보이며 사형을 촉구했다. 그러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감경을 요구하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법치주의 붕괴로 이어진다.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법부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사형 선고를 내리기 위해서는 사형제 집행이 수반돼야 한다. 사형제 집행과 함께 용서할 수 없는 범죄에 칼을 뺀 사법부의 판결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