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높은 中 브랜드와 경쟁 과제
"합작사·기술공유 등 다방면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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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러시아 연방 지식재산서비스에 잇따라 상표를 새로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는 현대 ix10 등 3건을, 기아는 기아 마이 모빌리티 등 5건의 상표를 등록했다고 러시아 현지 매체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일 우크라이나에 평화회담을 제안하는 등 종전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현지 상표 등록이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업체에 매각하고 철수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가 철수 전까지 높은 브랜드 선호도를 보였던 만큼, 금융제재가 해제되면 바로 재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 브랜드들이 공백을 빠르게 매웠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10%에 불과했던 이들의 신차 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약 50%까지 성장했다.
일각에선 중국 브랜드들 상당수가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라, 현대차그룹이 복귀할 경우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릴 여지는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2023년에 매각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올해 말까지 바이백(재매입)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러시아에 진출한 중국 브랜드는 수십개지만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브랜드는 10개 미만"이라며 "최근의 수입 억제 정책에 따라 현지 기반을 못 갖춘 업체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향후 러시아 정부가 외국 기업의 재진출 시 현지 합작, 기술 공유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대차그룹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기업과 협업 범위를 세분화해 합작이나 위탁생산 등의 다양한 진출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재진출 전략에 대해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보급률 등을 고려하면, 과거처럼 내연기관 차량만으로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투입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교수도 "고품질의 저렴한 가격대 모델은 아직 중국 브랜드들이 부족한데, 이러한 현지 입맛에 맞는 차종 투입이 이뤄지면 점유율이 확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양한 차종과 세그먼트를 중심으로, 고급차는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공략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