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84조 해석 두고 법조계 "법원 재량"
형소법 개정안 추진…"재판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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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선 전 이 후보의 남은 재판은 오는 20일 예정된 서울고법의 위증교사 사건이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아직 기일이 변경되지 않았지만 서울고법이 선거법과 대장동 사건에서 선거운동 기회 보장 등을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이 재판 역시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남은 쟁점은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실제 재판이 열릴지 여부다. 이 후보가 낙선하면 변경된 기일에 재판이 진행되지만, 대선에 승리할 경우 5개 사건을 맡은 각 재판부의 의지와 재량에 따라 진행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관건은 이 후보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논란의 중심인 헌법 84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란·외환 이외의 죄로 이미 기소돼 재판받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학계도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어디까지 볼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법조계에선 임기 내 이 후보 재판이 열리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 설사 재판부가 헌법 84조의 '소추'를 기소만 해당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놔 '재판 계속'을 판단하더라도 5개 재판부가 동일한 결론을 내지 않는다면 결국 재판 진행 시비 논란과 법적 분쟁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후보가 대선에 당선되고 재판이 계속될 경우 대통령의 권한 침해로 주장해 헌법재판소에 법원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 우려를 의식해 재판부가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의 경우 대법원이 이미 유죄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재판을 미룬다면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다는 이미지를 자칫 심어줄 수 있어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재판부가 헌법 84조 해석을 내놓더라도 대법원이 최종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판을 일단 시작해놓고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으론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이 후보에 유리한 입법을 멈추지 않는 한 헌법84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민주당은 7일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자체를 중단시키는 법안과 이 후보가 기소된 공직선거법 '행위' 조항을 삭제해 처벌을 막는 법안을 각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관련 재판이 모두 중지되고 선거법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
이헌 변호사는 "재판부가 민주당의 입법 상황을 기다렸다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판을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이 만들어져 이를 핑계로 재판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재판부도 대통령을 형사재판하는 부담감을 덜 수 있어 이런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