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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의 적반하장] 이재명 재판, 연기에 또 연기… 법원이 결자해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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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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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 (객원논설위원, 수원대학교 특임교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이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의란 적시에, 공정하게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생명 같은 원칙이다. 재판에서는 이를 신속재판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법원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채택된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판결을 신속하게 내려야 정의가 실현된다. 그런데 법원이 다른 이유로 판결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법을 굽히게 되면 정의는 멈추고, 법원은 국민들의 불신으로 그 존재가치가 흔들리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가 그 경계에 서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위반 재판은 이제 한 정치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정의로운 사회인지를, 그리고 사법부가 과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인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되어버렸다.

이재명은 공직선거법위반 1심 재판을 2년 넘게 재판을 지연시켰고, 그사이 재선 국회의원, 재선 당대표가 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리고 2심 법원의 황당한 무죄 선고와 대법원의 파기환송, 그리고 파기환송심 진행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선 보궐선거가 확정되면서 이재명은 이미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항소심 선고를 거쳐 대법원의 판결이 대선 전에 확정되면 이재명의 피선거권은 박탈되고, 민주당의 후보가 없어질 수도 있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이재명의 책임도 크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기준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지 아니한 법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 사건은 2022년 9월 8일 기소되었으나, 이재명과 변호인은 상상을 초월하는 재판 지연 신공을 보여주었다, 30회가 넘는 공판기일 진행 및 기일연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재판부는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끌려다녔다.

결국 기소한 지 2년 2개월 만인 2024년 11월 19일 비로소 선고되었는데, 1심 선고에 소요된 시간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2번의 대법원 재판이 확정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 후 항소심이 진행되었으나, 예상치 못한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국면이 펼쳐지자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2025년 3월 26일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전부 무죄를 선고하면서 항소심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나마 대법원이 2025년 5월 1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늦었지만 사법정의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무죄를 내린 항소심 판결 판사들에 대한 비판은 더더욱 가중되었다.

이재명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재판이 미루어지고 확정이 지연되는 사이에 정치권에서는 계엄, 탄핵, 대선이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가 정치적 계산을 하거나 눈치를 보며 '재판알'을 튕기다 보니 1심과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의 재판의 속도가 너무나도 달랐다고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정치세력의 한쪽이 '정치 탄압'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은 '봐주기'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묵묵히 규정대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지 않아 법원의 신뢰에 위기가 찾아왔고, 특히 2심에서 법률가들 다수가 동의 못 하는 사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을 때 이제 사법부에 정의는 없다고 국민들도 절망했다.

다행히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을 알고 있던 대법원에서 속도를 내서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하면서, 국민들은 "사법부의 정의는 살아있다"는 신뢰를 확인할 항소심의 판단이 신속하게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5월 15일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돌연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법원은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사법부의 결정에 국민들은 탄식하고 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잠시 들었던 '사법정의는 그래도 살아있다'고 느끼던 안도감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아직 후보인데도 정해졌던 재판기일을 연기하는데, 만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만에 하나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과연 서울고등법원이 선거법위반 파기환송 첫 공판을 6월 18일 오전 10시에 개최할 수 있을까.

이제 법원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리고 저울을 재듯, 법원은 대선 일정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이재명 재판을 마무리해야 한다, 6월 18일 그날이 오면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었을 수도, 낙선한 후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그가 어떤 위치에 있든 흔들리지 않고 그 날짜에 재판을 해야 한다. 묵묵히 법원은 공정함을 지켜야 한다. 그게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다.

그래야만 판결을 지연하여 불의에 동조해 온 것으로 비판받아 온 사법부가 비로소 국민들에게 그래도 법원은 신뢰할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법원이라는 희망을 국민들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류여해 (객원논설위원, 수원대학교 특임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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