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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K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메가 샌드박스’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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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5. 04. 29. 06:00

최태원 회장, 제안한 구상… 국회 연설까지
아투 최원영
대한민국 경제가 미국 트럼프 관세로 시름한다. 당장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집중 시켜야 하느냐로 골치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답이 안나온다면 잠시 기차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무슨 얘기냐고?

1995년, 인생 로맨스 영화가 개봉했다. 낯선 지역에서 낯선 남녀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 동안 나누는 달콤하고도 지적인 대화. 미국 청년 '에단 호크'와 프랑스 여대생 '줄리 델피'가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사랑 한 청춘 영화 '비포 선 라이즈'다.

난데 없는 영화 타령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뜬 구름 같은 아이디어가 미래 누군가의 손에서는 현실이 돼 세상을 바꾸기도 하는 일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유럽 기차여행 중인 1995년의 미국 청년 에단 호크가 말한다. 하릴없이 기차 밖 풍경을 즐기다보니 평소엔 하지 않을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세계 각 도시의 사람들의 일상 그대로를 24시간 365일 틀어주는 TV 쇼에 대한 아이디어. 아침을 먹거나 커피를 만드는 등의 현실 생활을 그대로 방송하는 상상을 했다고. 이 아이디어의 관건은 '배급'이라고도 했다. 24시간 언제든 계속 방송이 나갈 수 있게 이 도시 저 도시에 보내줘야 하는 게 현실적 문제라고.

이 방송, 잘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그 서비스와 닮았다. 바로 '유튜브'다. 우린 언제 어디서나 지구촌 누군가가 올린 따분한 일상을 감상할 수 있다. 평범한 어느 날의 뉴욕, 도쿄, 뉴델리.. 이름도 모를 어느 나라 작은 마을 아무개의 동네 산책을 따라간다.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는 그 일상을 '먹방'이라고도 하고 잠꼬대 같은 잡담을 듣는 소위 '눕방'도 있다.

영화 속 줄리 델피가 웃으며 말한다. 그 따분한 걸 누가 보냐고.

10년이 흐른 2005년, 미국의 한 젊은 청년이 19초짜리 '동물원에 있는 나'라는 영상을 띄웠다. 코끼리 코가 참 크다고 감탄하는 게 전부다. 유튜브 공동 창립자가 최초로 자신의 플랫폼에 올린 영상이다. 그리고 올해 유튜브 탄생 20년을 맞았다는 뉴스가 나온다. 기업가치가 800조원이 넘었다던가. 38억명이 이용하는, 무려 20조개의 영상이 떠도는 초거대 플랫폼이 됐다고 한다.

이제 꽉 막힌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을 바라본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경쟁심화나 지정학 리스크 같은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기업들이 눈만 뜨면 혁신, 또 혁신을 말한다. 천문학적 비용이 미국과 전세계 공장에 쏟아부어진다. 하지만 거창한 기술이나 대규모 투자에서만 혁신이 가능 한 게 아니다.

당장 관세로 고달퍼 코 앞만 바라보는 걸로는, 절대 그 다음을 도모할 수가 없다. 잠시 기차를 타자.

변화의 돌파구는 결국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시장의 틈새를 포착하는 통찰과 세상의 틀을 깨는 발상, 그리고 이를 집요하게 실현하는 실행력이 수반돼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메가 샌드박스' 이론을 응원한다. 대한민국에 이 거대한 실험이 반드시 시도 돼야 한다. 해외에서 일부 고급인력을 수혈 받고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안을 지지한다. 기업들에, 아니 이 사회에 '다름'을 장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정책 당국은 규제 보다 창의와 도전을 북돋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유리천장 깨는 수준의 발상 전환이 있어야 근원성장이 가능하다'는 국회에서의 최 회장 발언대로다. 국회가, 정부가, 그리고 기업과 사회의 지지와 동참이 절실 한 시점이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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