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수장고, 외교 의례 공간으로 활용된 양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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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가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덕수궁 돈덕전과 정관헌에서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 - 만나고, 간직하다'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전통 궁궐과 확연히 달랐던 서양식 건물인 양관(洋館)을 소개하며, 대한제국 황궁인 경운궁(현 덕수궁)에 건립된 정관헌, 중명전, 돈덕전, 석조전 등 양관 관련 유물과 문헌, 어보 등 11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2023년 재건된 돈덕전은 과거 화려한 유럽풍 외관의 벽돌 건물로, 1층에는 외국에서 온 공사나 대사가 황제를 만날 수 있는 폐현실이 있었다. 특히 이곳은 1907년 순종(재위 1907~1910)이 황제 즉위식을 올린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덕수궁의 또 다른 건물인 정관헌은 동·서양의 양식을 모두 갖춘 독특한 구조로, 로마네스크 양식의 인조석 기둥을 둘러 내부 공간을 조성하고 포치(건물 입구나 현관에 지붕을 갖춘 곳)도 갖추고 있었다.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화재에 강한 특성을 지닌 양관은 황실의 도서관과 수장고로 활용됐으며,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 외교 의례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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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부에서는 황실 수장처이자 외교 공간으로서의 양관 역할을 조명한다. 1909년 북한산 행궁에서 보관하다가 정관헌으로 옮겼던 국새와 어보 일부도 전시한다. 특히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 이은의 어머니인 순헌황귀비가 정관헌을 '존경하여 받드는 곳(尊奉之所)'이라 밝힌 기록이 담긴 '승녕부일기'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덕수궁관리소 측은 "1904년 경운궁 대화재 이전에 외국 사절이 황제를 만나 뵙기 전 대기하던 공간인 휴게실 모습을 담은 사진도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3부에서는 1910년 건립 당시 석조전에 사용된 영국 메이플 회사의 가구를 활용해 양관의 입식 공간과 온돌을 바탕으로 한 전통 좌식 생활공간을 비교 전시한다. 4부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철거·변형된 양관이 오늘날 복원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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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관리소는 "양관이 서구 문물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의지가 담긴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객을 위한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덕수궁의 양관을 배경으로 자신의 얼굴을 황제·황후·신하의 모습에 합성한 사진과 돈덕전 터에서 발견된 타일을 배치한 이미지를 만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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