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있어도 못 써…유연성 부족
"복지정책, 삶을 바꾸는 방향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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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최근 육아용품 구입비의 15%를 세액공제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아동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아동 ISA) 도입을 위한 아동복지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달 결혼 시 500만원을 소득공제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발의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감세 정책이 정작 필요한 계층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액공제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2023년 기준 20대의 절반, 30대의 3분의 1 가까이는 아예 소득세를 내지 않아 혜택에서 제외된다.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하면서도, 출산을 가장 주저하는 저소득·불안정 계층은 오히려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제도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혼 남성의 절반 가까이가 1년 이상의 육아휴직을 원하지만, 실제 사용률은 24%에 불과했다. 기혼 여성도 사용률이 50%를 넘지 못했다. 존재하는 제도와 실제 활용 가능성 사이의 간극이 뚜렷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청년층에서 결혼과 출산이 이제 '하고 싶은 선택'이 아니라 '피하고 싶은 부담'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실제 미혼여성의 결혼 기피 사유로 △기대치에 맞는 상대 부족 △독신 선호 △커리어 저해가 상위를 차지했다. 미혼남성은 △결혼 비용 부담 △낮은 소득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감세는 실질적 유인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양육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많은 이들이 '경제적 자원'보다 '시간적 여유'를 꼽았다. 그러나 유연근무제나 근로시간 단축 등 시간 확보를 위한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단기 감세보다 일·가정 양립, 돌봄 인프라, 고용 안정 등 생활 기반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복지 대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사회복지정책 전문가는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일과 돌봄을 조율할 수 있는 제도의 유연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특히 정해진 틀 안에서만 육아휴직을 쓰거나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현실에서는, 많은 부모들이 정책이 '있어도 못 쓰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을 높이겠다면 단기 감세보다는 양육비 지원과 함께, 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