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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충남 예산군 더본코리아 백석공장의 농지 무단 전용 관련 현장취재 후 서울로 귀가하던 길이었다. 동행 취재한 후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후배가 보내 준 링크를 들어가 보니 우리가 취재한 내용이 그대로, 아니 거기에다 더본코리아는 예산군의 명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밟아 자진 철거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사였다. 게다가 낯 뜨겁게 더본코리아를 옹호하는 내용이 분칠됐다.
순간, 그날 더본코리아 백석공장 취재 당시 공장 관계자가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예전에 지역지에서도 직접 공장에 온 건 아니고 전화로 백석공장 농지 무단점용 관련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창고를 철거하고 원상복구 했다고 말하니까 기사를 안 쓴 거 같은데, 이게 기삿거리가 될까요?"
관계자의 황당한 질문에 어이가 없었다. 기자가 지면에 기사를 게재한다고 확고히 하자, 김 빼기 식으로 지역지에 정보를 흘려 넘겨 우리의 '단독' 기사를 물 먹이는 치졸함을 목도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군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만큼, 더본코리아 백석공장의 농지법 위반 관련 기자의 취재 내용을 지역지에 먼저 흘린 게 예산군과 더본코리아의 합작품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이날 함께 예산으로 갔던 취재팀은 다음날 서둘러 기사를 올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같은 기사를 그대로 쓸 순 없으니 2편으로 쓰기로 했던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 소유 예산고교의 산지 불법 전용 내용까지 추가했다. 여기에 더본코리아가 예산경찰서에 제보자를 문의했다는 내용까지 게재했다.
이후 더본코리아에서는 더본코리아를 취재한 필자와 후배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기사 내용에 잘못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언론사나 편집국이 아닌,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기자를 겁박해 더 이상 취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 아닌지 '입틀막'이 아닐 수 없다.
이후 더본코리아는 본지가 보도하는 각종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그러나 이를 증명하라고 관련 서류를 요청하면, 단 한 번도 제때 보낸 적이 없었다. 물론 그럴 의무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정말 떳떳하다면 이를 증명할 서류는 왜 보내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다시 돌아가, 백석공장에 관해 묻고 싶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창고를 철거했다고 해서 그전에 먼저 농지법을 위반해 창고를 지은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백종원 대표의 사과만으로 각종 불법이 다 없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알았으면 한다. 이번 기회로 우리도 더본코리아에 대한 대국민 의혹을 해소하는데 심기일전할 것이다.